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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개방도 최고 수위 ‘메가 FTA’ CPTPP…미국 외면·농민 반발 넘어야

등록 2021-12-13 18:19수정 2021-12-14 02:04

[해설] RCEP 견줘 포괄 범위는 좁지만 개방도는 높아
미국은 여전히 가입에 부정적 태도
중국의 가입 성사까지는 난관 많아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필수…‘시한’ 정해 추진할 일 아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은 옛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뿌리를 두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7년말 미국이 티피피에서 탈퇴하자 일본과 오스트레일리아, 멕시코 등 나머지 11개국이 안 그래도 긴 이름에 ‘포괄적·점진적’이란 수식어까지 덧댄 장대한 명칭으로 바꿔 2018년 12월 출범시켰다. 알셉(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에 버금가는 규모에, 개방도 최고 수위의 ‘메가 에프티에이(FTA)’로 일컬어진다.

이 협정의 모태인 티피피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미국이 ‘아시아 중시’ 내지 ‘중국 포위’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경제적 차원을 넘어 미·일 협력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새로운 무역 질서 창출을 목표로 삼았다. 2015년 4월 애슈턴 카터 당시 미 국방부 장관이 티피피를 두고 “한 척의 항공모함에 상당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붙였던 게 단적인 예다.

티피피에 일대 방향 전환을 일으킨 것은 트럼프 행정부였다. 2017년 1월 집권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이후 티피피 회의론이 일었지만, 일본을 중심으로 남은 11개국이 이름을 고쳐 2018년 3월(발표는 11월) 협상을 타결지었다.

국내에선 정부 당국이나 재계를 중심으로 가입 찬성 쪽 의견을 주로 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의 여한구 본부장이 지난 9월 이 협정 관련 전문가 간담회에서 한 발언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이 본부장은 당시 “(이 협정이) 우리의 아·태 지역 통상 리더십 확보와 공급망 고도화를 위해 전략적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문가들 또한 시피티피피 가입이 향후 글로벌 통상질서를 주도할 기회라고 긍정 평가했다.

미국은 협정 복귀에 부정적이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지난달 10일 일본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미국의 협정 복귀와 관련 “인도·태평양 지역을 선도하기 위해선 지금 직면해 있는 오늘의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고, 지나 러몬드 상무장관도 18일 “바이든 대통령이 (협정에) 참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명확히 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중에도 한국이 협정 가입을 추진하도록 떠민 주요인은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 9월16일 밤 갑작스럽게 협정 가입을 신청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협정의 모태가 중국 포위를 겨냥했음을 고려할 때 역설적인 흐름이다. 일본이 올초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티피피에 복귀해야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오고 있었다는 사정에 비춰서도 예상 밖의 움직임이었다. 중국에 이어 대만과 영국도 협정 가입을 신청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시피티피피 가입 절차를 시작한다고 선언하면서 밝힌 배경에서도 중국이 주요 변수였음이 드러난다. 홍 부총리가 “최근 중국, 대만의 협상 가입 신청, 세계 최대 메가 자유무역협정 발효(RCEP, 2022년 초) 등 아·태 지역 내 경제 질서 변화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어 더 이상 협정 가입에 관한 정부 부처 간 논의에만 머물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힌 대목이다.

시피티피피는 포괄 범위가 넓고 개방도 또한 높다. 2019년 기준 협정 참여 11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의 12.8%(11조2천억달러), 무역 규모는 전 세계 무역액의 15.2%(5조7천억달러)에 이른다. 인구 규모로는 전세계 인구의 6.6%(5억명 남짓)에 해당한다. 협정 가입국을 대상으로 한 우리나라의 수출과 수입은 전체 수출입의 23.2%, 24.8%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의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큰 편이다.

한국이 내년 2월 1일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인 알셉 발효를 앞두고 있는 사정과 맞물려 기업들의 활동 무대인 시장의 확대를 꾀하게 될 것이란 기대를 낳는 대목이다. 시피티피피 가입국이면서 한국과는 아직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지 않은 일본, 멕시코와 에프티에이를 체결하는 효과를 아울러 본다는 점도 있다.

시장 개방도는 상당히 높아 지역 내 무역 상품의 96%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15개국이 참여해 내년 초 발효를 앞두고 있는 알셉의 관세 철폐율(약90%)보다 높다. 표준 및 기술장벽, 투자, 서비스, 지식재산권, 전자상거래 등에서도 높은 수준의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으로선 당분간 가입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는 까닭이다. 이 협정에 가입하려면 11개 회원국 모두 찬성해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지난 1월 ‘바이든 시대 국제통상환경과 한국의 대응전략’에서 “국내 기업이 시피티피피의 높은 시장 개방 수준과 원산지 기준을 활용해 역내 글로벌 가치사슬(GVC)에 효과적으로 편입될 경우 수출 증진, 특히 중소기업의 수출 증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회원국 상당수가 농업 분야에서 앞서 있다는 점은 한국 쪽에 부담이다. 여느 자유무역협정처럼 국내 농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시피티피피 논의 중단을 요구하며 반발해온 배경이다.

유명희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9월 <한겨레> 인터뷰에서 “국내 산업계에서도 업종별로 이해관계가 다르고, 농업·수산업도 분야별로 다르다”며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수렴되면 하는 것이지, ‘언제까지 한다’는 식으로 시한을 부여하는 것은 불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입 추진 시점을 두고는 “미국의 가입 여부보다 우리 쪽의 준비가 되고 의견이 모였을 때 하는 게 좋다고 본다”며 “(미국의 가입 여부가) 고려 사항이긴 하나 결정적이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협정 가입 가능성에 대해선 “높은 수준의 규범과 시장 개방을 다 맞춰야 한다”며 “협상 타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길윤형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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