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국내 가구의 평균 자산 보유액이 처음으로 5억원을 넘어섰다. 자산 증가율은 주택 보유 여부에 따라 크게 엇갈렸다.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내 가구당 평균 자산은 5억253만원이었다. 1년 전보다 12.8% 늘어난 것인데, 가계금융복지조사 시행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4억1452만원으로 전년 대비 14.2% 늘었다.
가구의 자산 보유액 증가는 집값이 오른 영향이 컸다. 가계의 자산구성을 보면 금융자산이 22.5%(1억1319만원), 실물자산이 77.5%(3억8934만원)였다. 실물자산 비중이 전년보다 1.1%포인트 올랐다. 전년 대비 실물자산 증가율이 14.4%로 금융자산 증가율(7.8%)보다 높았기 떄문이다. 실물자산 가운데 부동산(평균 3억6708만원) 증가율은 14.8%, 특히 거주주택(2억2876만원) 증가율은 20.7%에 달했다.
자산 증가율은 자가 거주 여부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 자가 가구의 평균 자산은 6억6162만원으로, 전년보다 14.1%(8169만원) 늘었다. 반면 전세 가구는 4억6401만원으로 6.1%(2681만원), 월세 등 기타 입주형태 가구의 자산은 1억3983만원으로 10.4%(1318만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차이는 부동산에서 비롯됐다. 자가 가구의 부동산 등 실물자산은 5억6416만원으로 전년보다 15.9%(7738만원) 늘었지만 전세 가구와 월세 가구의 실물자산은 각각 1.5%(290만원)와 9.8%(693만원) 증가했다.
소득분위별로는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평균 자산이 10억9791만원으로 처음으로 10억원대를 넘어섰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 평균자산(1억6456만원)의 6.7배에 달했다.
가구주 연령대별 평균 자산은 50대 가구에서 5억6741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5억5370만원), 60살 이상(4억8914만원), 39살 이하(3억5625만원) 순이었다. 자산 증가율만 보면 40대 가구(13.7%)와 60살 이상 가구(14.5%)가 전체 평균을 상회했다.
순자산 지니계수는 2020년 0.602에서 올해 0.603으로 나빠져 2013년(0.605)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니계수는 불평등 정도를 0과 1 사이에서 나타내는 지표로,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다는 의미다. 상위 10%인 10분위는 점유율이 43.3%로 전년보다 0.4%포인트 낮아졌지만, 상위 10∼20%, 20∼30%인 9분위와 8분위는 각각 0.4%포인트와 0.3%포인트 늘었다. 3∼5분위는 나란히 0.1%포인트씩 줄었다. 임경은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순자산 지니계수가 소폭 악화됐다”며 “상위층의 자산 점유율이 조금 증가한 반면 하위층에서 소폭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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