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1주택자인 서민·중산층의 보유세와 관련해 “세 부담을 일정 부분 완화해주는 보완책을 검토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방안에 대해서는 “시장 안정, 정책 일관성, 형평 문제 등을 고려해 세제 변경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는 물론 보유세 완화를 요청한 상황에서 서민·중산층 1주택자에 한정해 보유세를 완화하겠다고 화답한 셈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이 1주택자 보유세 부담 완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부총리가 이에 대한 수용 의사를 처음으로 공식화한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는 불가하고, 고가 1주택은 보유세 완화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고가주택 기준이나 보유세 완화 방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종부세 과세기준인 공시가격 11억원 이하를 대상으로 재산세를 감면해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는 현재 내년 재산세를 계산할 때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방안과 재산세 증가율 상한을 낮추는 방안,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하는 방안 등을 놓고 논의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3월 중 구체적 완화 방안을 확정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홍 부총리는 1주택 서민·중산층에 한정해 세 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선거를 의식한 여당의 요구에 밀려 그동안 정부가 견지해온 보유세 강화 기조에 어긋나는 행보를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재부는 보유세 부담 논란이 일 때마다 “우리나라 보유세 실효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미달하고 주요 선진국보다 크게 낮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앞서 지난 4월 재보궐선거에서 패한 여당의 요구에 1세대 1주택자에 대해 재산세율 특례 적용대상을 공시가격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확대했고, 최근에는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상향한 바 있다.
더욱이 감세 방식에 따라선 고가 1주택자나 다주택자도 세금 완화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종부세 과세기준이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오를 때도 고가주택 보유자들까지 세금 인하 혜택을 받았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민주당 주장대로 올해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삼아 세금을 매기면 주택 소유자 전체에 공동으로 적용돼 집 가진 모든 사람한테 혜택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기재부 안에서도 정책 신뢰도 훼손과 부동산 시장에 미칠 악영향 등을 우려해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동산시장이 안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세 조정은 가능하더라도 근본적인 보유세 강화 기조를 흔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그 정도에 따라 정책 신뢰도가 훼손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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