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크게 하락하고 있는 것은 높은 원자재 가격, 중국 경기 둔화,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등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국제경제연구실(김경근, 손민규, 조유정, 채동우, 김재휘)은 18일 ‘최근 원화 약세 원인 분석’ 이슈노트 보고서에서 “2021년 중 외화자금 수급 상황과 경제 펀더멘털이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은 달러인덱스 및 주요 신흥국의 대미 환율에 비해 빠르게 상승하면서 여타 통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1~12월 원-달러 환율 상승률은 8.2%로 같은 기간 달러인덱스(6.3%)와 신흥국 대미 환율(2.7%)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그만큼 원화 가치 하락을 뜻한다. 전 세계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통화정책 정상화 행보에 따른 달러 강세 영향을 함께 받고 있다. 그런데도 유독 원화 가치 하락 폭이 큰 셈이다. 과거 비슷한 상항과 비교해도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세는 가파르다.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기대, 중국 경기 부진 등이 달러 강세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던 2012년 12월∼2013년 7월의 원-달러 환율 상승률은 3.6%였다.
보고서는 원인으로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을 지목했다. 우리 경제는 해외 원자재 의존도가 높아 가격 상승으로 인한 교역 조건 및 경상수지 악화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우리 경제에 상대적으로 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되면서 원화는 기타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최근 중국 경기 둔화도 환율에 영향을 주고 있다. 보고서는 “대중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이번 달러 강세기에 중국 경기 둔화 우려로 인한 통화 절하율이 상대적으로 확대된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높은 대중 교역 의존도로 인해 원화 환율이 여타 신흥국 환율에 비해 중국 경기 둔화 우려의 영향을 크게 받았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도 원화 절하 요인으로 꼽혔다. 보고서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주식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과정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비중 축소로 투자자금이 유출되며 원화 절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보고서는 “환율 상승 기대에 따른 선물환 헤지 및 투기수요 증가도 자기실현적 환율상승 메커니즘을 통해 원화 절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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