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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파이낸싱’ 끼고 이집트에 K9 자주포 판매, 문제될 일인가?

등록 2022-02-05 06:59수정 2022-02-05 13:07

[한겨레S] 김수헌의 투자 ‘톡’
국산 자주포 수출대금 지원 논란

방산수출 올해만 10조원대 전망 속
수은, 이집트에 K9 대금 대출 논란
‘공적수출신용’ 목적 어긋나지 않고
선진국도 쓰는 파이낸싱 문제없어
지난해 11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이집트 방산전시회(EDEX 2021)에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가 전시되어 있다. 한화디펜스는 이집트와 2조원에 K9 자주포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이집트 방산전시회(EDEX 2021)에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가 전시되어 있다. 한화디펜스는 이집트와 2조원에 K9 자주포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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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산업이 오랜만에 이목을 끌고 있다. 천궁Ⅱ(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에 이어 K9 자주포가 연초부터 잇달아 조 단위 수출계약을 터뜨렸다. 지난해 방산수출액 추정치는 70억달러(8조4천억원).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방산’의 해외시장 진출에 가속도가 붙는 것 아니냐는 희망도 엿보인다. 수주 기대감을 높이는 사업이 몇 건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육군용 차세대 보병 장갑차(한화디펜스 AS21 레드백),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와 남미시장 경전투기(한국항공우주산업 FA-50), 노르웨이 차세대 전차(현대로템 K2 흑표) 사업 수주에 성공하면 올해 방산수출액은 90억달러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런 한편으로 일각에서 일부 수주계약이 아주 불리한 조건으로 성사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조그만 논란도 일고 있다. 한화디펜스가 이집트와 체결한 2조원짜리 K9 자주포 수출계약 때문이다. 수주 소식이 전해진 것은 지난 1일, 설날이었다. 방위사업청은 이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집트가 K9을 운용하는 아홉번째 국가가 될 것이라며, 현지생산 및 기술이전이 포함된 계약이라고 밝혔다. 연초 엘아이지(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 등이 아랍에미리트와 체결한 4조원 규모 천궁Ⅱ에 이은 대형 계약이다.

선진국도 쓰는 방산수출 방식인데

하루 뒤 한 방송사는 이 계약을 비판하는 보도를 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집트 순방 성과로 이 계약을 내놓기 위해 아주 불리한 조건을 감수했다는 취지였다. 순방은 지난달 19~21일에 있었다. 불리한 조건을 각오하고 순방에 맞추려 했다면 발표 시점과 열흘 넘게 차이날까 싶지만, 어쨌든 보도 내용은 그랬다. “앞으로 다른 나라도 이런 조건의 거래를 요구할까 두렵다”는 생각까지 들게 하였다는 계약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방송은 이집트 정부가 무기대금의 상당액(최대 80% 정도)을 우리나라 수출입은행(수은)으로부터 빌려 결제한다는 점을 거론했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좀 당황스러웠다. 글로벌 방산거래에서 흔한 구매파이낸싱이기 때문이었다. K9 후반부 생산물량을 이집트 현지에서 생산하기로 했다든지, 가격을 대폭 깎아줬다는 후문도 거론되었다.

방사청 보도자료를 찾아보니 ‘현지생산’은 부제목에서부터 이미 밝혀놓았다. ‘현지생산 및 기술이전이 포함된 계약’이라고 적혀 있다. 방산거래에서 보기 드문 조건은 아니다. 방산 구매금융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수은의 주력 업무는 공적수출신용(Official Export Credit)이다. 수출촉진이라는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대출이나 보증 등의 공적금융지원을 제공하는 일이다.

우리나라 업체가 해외 건설이나 플랜트 사업을 수주하면 수은은 해외 발주처에 공사 결제자금을 대출해준다. 채무보증을 서주기도 한다. 해외 발주처가 우리 건설사에 줄 공사대금을 우리 금융사가 지원해주는 셈이다. 발주처는 이런 금융지원을 보고 우리 기업에 일감을 준다. 수은은 우리 건설사에 직접 금융지원(계약이행보증, 선수금환급보증, 제작자금지원 등)을 하기도 한다.

조선도 마찬가지다. 국내 조선사가 선박을 수주하면 수은이 건조자금을 대출해줄 수도 있다. 아울러 해외 선주에게 선박구매자금을 빌려주기도 한다. 지난해 수은 경영진이 그리스 최대 해운사를 방문했다. ‘한국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하면 선박금융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금융협약’을 체결하기 위해서였다. 앞으로 3년 동안 이 해운사가 발주하는 친환경 선박을 한국 조선소가 수주하면 금융지원을 한다는 내용이다.

수은은 지난달 중동지역 국영 에너지기업 두 곳과 110억달러 규모 ‘기본여신약정’을 체결했다. 해외 발주처에 금융지원 조건을 미리 제시하여 확정했다. 우리 기업이 사업을 수주하면 신속하게 금융을 제공하겠다는 메시지다. 선 금융지원 확약으로 우리 건설사들의 수주를 돕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방산 무기체계 개발에는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 개발에 성공하여 양산에 들어가면 방사청은 일정한 이윤을 보장해주는 가격으로 구매한다.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수익성은 낮다. 영업이익률은 대개 한자리 숫자다. 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를 더한 이른바 ‘에비타’(EBITDA)의 마진율로도 두자리 숫자를 보기가 쉽지 않다. 방산도 대규모 자본재 장치산업이다. 생산 및 판매 규모를 늘리면 고정비 효과에 따라 수익성은 크게 좋아진다.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뚜렷하다. 그러자면 방사청 납품을 넘어 해외수출을 해야 한다.

2019년 산업연구원의 ‘주요 선진국의 방산수출 파이낸싱 정책과 발전과제’ 보고서를 보면 방산수출 강국인 프랑스·스웨덴 등은 구매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금융지원(파이낸싱)을 제공한다. 품질과 성능이 좋은데 금융조건까지 구매자 중심이라면 경쟁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와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중국·러시아 등은 파격적 장기 파이낸싱(차관 수준의 금리와 25년 상환 조건)을 내세워 후발국 시장을 공략 중이라고 보고서는 소개한다. 우리나라 수은이나 무역보험공사도 상환기간을 20년 이상 늘리는 한편 파이낸싱 한도를 방산계약금의 100%까지 확대하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주장한다. 이러한 파이낸싱에는 당연히 리스크도 따라붙는다. 우리나라 방산수출은 주로 아시아·중동·중남미권 국가를 타깃으로 한다. 신용도가 높지 않은 나라들이지만 5억달러 이상 대형 방산거래에서 장기 저금리 파이낸싱을 요구한다. 현지생산과 이른바 절충교역(기술이전 및 부품 역수출 등의 조건 요구)을 원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래서 나라마다 방산거래에서 파이낸싱을 담당하는 것은 정책금융기관의 몫이 된다.

거래 돕는 파이낸싱 왜 문제?

2015년 당시 방사청은 수은과 ‘방산수출지원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수출금융 지원 확대가 들어가 있다. 당시 이덕훈 행장은 이렇게 말했다.

“방위산업은 산업 파급 효과와 일자리 창출 효과가 우수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수출 확대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 행장은 우리 방산기업과 수입국 정부에 최적의 금융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순방 성과로 내놓기 위해 터무니없이 불리한 조건을 수용하였다면 잘못한 일이다. 정부가 기업에 이를 강요하였다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구매국에 파이낸싱을 해주는 것이 불리한 계약임을 주장하는 핵심 이유라면 고개가 갸웃해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제경제전문 미디어 ‘글로벌모니터’ 대표. <기업공시완전정복> <이것이 실전회계다>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 뻔했다> <1일 3분 1회계> <1일 3분 1공시>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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