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 인천 생산기지 배관망. 가스공사 제공
도시가스에 수소를 섞는 방안의 안전성을 따져보는 실증 작업이 올해부터 시작된다. 도시가스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수소 공급을 늘려 수소 경제 활성화를 꾀하기 위한 목적이다. 2026년까지 수소 20% 혼입을 목표로 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일 가스안전공사, 가스공사, 도시가스사, 에너지기술평가원과 공동으로 ‘도시가스 수소 혼입 실증 추진단’을 발족하고, 박기영 2차관 주재로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수소 혼입을 위한 실증 계획 및 안전상 고려 사항을 논의한 자리였다. 도시가스 업계는 국내 구석구석까지 연결된 5만㎞ 길이의 도시가스 배관을 이용해 수소를 국민 생활 시설에 공급하는 방안을 마련해놓고 있다. 이는 지난해 11월 발표된 제1차 수소 경제 이행 기본계획에 담겨 있다.
실증 추진단은 2026년 수소 20% 혼입 상용화를 목표로 삼아 혼입 실증을 위한 1단계 작업으로 2023년부터 정부 연구·개발(R&D) 과제를 통해 도시가스 배관의 수소 호환성 및 안전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이를 위해 2023~25년 예산에 280억원을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연구·개발 과제 추진에 필요한 시험설비는 올해 2분기부터 가스공사 평택 인수기지에 구축할 예정이다. 2단계로 2024년부터는 연구·개발 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배관 재질, 배관망 형태, 주민 수용성을 고려해 제한된 구역에서 실제 도시가스 배관망에 혼입 실증을 추진하고, 2026년 도시가스사업법을 개정해 수소 혼입을 제도화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수소가 혼입되는 만큼 도시가스 사용량이 줄어 온실가스 발생량을 감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연간 천연가스 사용량은 4천만t에 이른다. 수소를 10%(부피 기준) 혼입하면 연간 129만t의 천연가스 사용이 줄고, 이를 통해 연간 355만t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기대된다고 산업부는 추정했다. 기존의 가스 배관망을 활용하는 방식이라 수소 전용 배관망을 갖추기 전에 수소 경제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수소 혼입이 상용화되면 가정용 가스보일러 및 가스레인지와 산업용 보일러, 천연가스(CNG) 버스, 발전용 가스 터빈 등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가스 기기에서 수소를 함께 쓸 수 있게 된다. 홍순파 산업부 에너지안전과장은 “수소는 천연가스 주성분인 메탄과 비슷한 열량을 낸다”며 “휘발유에 경유를 섞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용화 전 실증을 벌이는 것은 안전성 검증을 위한 목적이다. 산업부는 “크기가 작고 가벼운 수소의 특성으로 인해 수소 취성, 수소 누출, 도시가스와 수소의 분리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도시가스 배관망 및 사용기기에 대한 수소 호환성과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소 취성’은 수소가 금속 내부로 퍼져 취약하게 만들고 파괴하는 현상을 말한다.
산업부에 따르면, 도시가스 수소 혼입 실증은 몇몇 다른 나라들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2020년말부터 천연가스 배관의 수소 호환성, 수명 분석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며, 천연가스 공급기업인 소칼가스(SoCalGas)는 천연가스 배관망에 수소 20% 혼입을 목표로 2020년말부터 실증을 벌이고 있다. 영국은 도시가스에 수소 20% 혼입을 목표로 2019년부터 배관 및 사용기기에 대한 안전성 실증을 진행 중이다. 독일 전력기업인 이온(E.ON)은 지난해 10월 천연가스 배관에 단계적으로 수소를 20%까지 혼입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