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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경제전쟁 핵심은 ‘금융’”…외환보유액 60% 잃은 러시아 선택은?

등록 2022-03-08 04:59수정 2022-03-08 07:29

서방 러 중앙은행 제재…시장 혼란 수습 무력화
러시아 루블화 폭락 및 디폴트 방어 어려워져
에너지, 고의적 디폴트 보복 ‘장기전’ 우려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시위대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얼굴 사진에 피 묻은 손바닥 자국을 찍은 손팻말을 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시위대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얼굴 사진에 피 묻은 손바닥 자국을 찍은 손팻말을 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 러시아를 겨냥해 서방국가들은 전례 없는 금융제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러시아 중앙은행이 서방국가 중앙은행이나 상업은행에 맡겨둔 외환보유액을 꺼내쓰지 못하도록 한 조처가 파괴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러시아가 조만간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에 나설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배경도 손발 묶인 러시아 중앙은행의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러시아와 서방국가 간의 힘겨루기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러시아가 디폴트에 따른 고통을 견뎌내며 장기전에 나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과정에서 서방국가는 물론 우리나라까지도 금융시장을 매개로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권 안에 빨려갈 수 있다.

러 경제 혼란 왜…외환보유액 60% 잃어

서방 국가가 국제 금융 거래에서 러시아 주요 금융기관 퇴출 조처를 내린 뒤 루블화가 폭락하는 등 러시아 금융시장은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었다. 특히 지난달 28일 서방 은행에 맡겨놓은 러시아 중앙은행의 자산 동결 조처는 금융시장 혼란을 수습할 방어력조차 러시아에서 뺏는 효과를 내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화 자산 운용 방식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지난 4일(현지시각) 실린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후버 연구소 분석을 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약 6430억달러·1월 기준 세계 4위)의 60%를 서방국가의 중앙은행(2850억달러) 및 상업은행(1030억달러) 등에 증권 및 예금 형태로 운용하고 있다. 서방국가들이 러시아 중앙은행 보유 자산에 대한 동결 조처를 내린 탓에 러시아로선 외환보유액의 절반 이상을 쓸 수 없게 된 모양새다.

나머지 40%가량의 외환보유액도 당장 쓸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러시아가 서방국가 중앙·상업은행에 맡겨두지 않은 외환보유액은 금 1350억달러, 중국 위안화 증권 840억달러, 국제통화기금(IMF) 포지션 50억달러, 실물 현금 300억달러 등이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아이엠에프 포지션은 건드릴 수 없으며, 금과 위안화 거래도 서방국가의 제재 속에서 활용이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예로 러시아가 중앙은행이 자국 내 보관 중인 금을 대금 결제 용도로 활용하려고 하더라도 무역 거래 자체가 봉쇄된 터라 쓰기 어렵다. 위안화 활용 역시 중국이 서방의 봉쇄 정책에 동조는 하지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러시아 쪽에 굳건히 서 있는 것도 아닌 터라 제약이 뒤따른다.

경제부처의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러시아는 (중앙은행의 손발이 묶인 터라) ‘환율’ 문제로 무너지고 있다. 서방국가가 직접적 제재를 추가하지 않아도 금융시장 자체가 알아서 붕괴할 수 있다”며 “서방국가와 러시아 경제전쟁의 핵심은 금융”이라고 말했다.

환율·디폴트 방어력 상실…러 ‘장기전’ 가나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오는 4월까지 러시아 정부가 루블화로 상환할 수 없는 외화표시 국채(원금+이자)는 28억6천만달러 가량으로 파악된다. 달러가 부족한 상태인 터라 제때 빚을 갚을지 불투명한 상태다. 이런 사정을 반영해 지난 3일(현지시각)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국가 부도를 의미하는 D등급에서 불과 세 단계 위인 CCC-로 강등했다.

물론 경제전쟁에서 서방국가가 승기를 잡았다고 하더라도 이번 사태에 조기에 종식될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어렵다. 러시아가 디폴트 선언 뒤 천연가스 등 에너지와 곡물 자원을 무기화하며 장기전에 나설 수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매우 빠른 결집력을 보인 서방 세계도 균열이 일어날 수 있다. 장기전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하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국가 간 이해관계가 엇갈릴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전면적인 경제 제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행동을 변화시킬지, 서방국가에 광범위한 혼란을 초래할지 분명하지 않다”(<월스트리트저널> 2일 보도)란 분석이 나온 배경이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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