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 및 부위원장 인선 결과를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병사 봉급 월 200만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올 초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문구다. 이를 위한 재원으로 5조1천억원을 예상했지만, 병사 월급 인상에 따른 간부 급여 인상까지 고려하면 필요 재원은 이보다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윤 당선자는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면서 복지지출 확대와 세금 감면도 약속했다. 서로 방향이 다른 공약을 함께 내놓은 터라 앞으로 꾸려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공약 재조정’ 작업도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자는 막대한 재원이 드는 공약을 여럿 내놓았다. 병사 봉급 대폭 인상 외에도 영아(0∼12개월) 부모에게 월 100만원 지급, 근로장려금(EITC) 대상 및 지급액 확대, 소상공인 손실보상 현실화와 생계급여 지급 기준 상향 등도 각각 수조원의 재원이 필요한 공약에 속한다.
윤 당선자는 동시에 감세 공약도 쏟아냈다.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2년 면제와 같은 부동산 세 부담 완화가 대표적이다. 반도체 연구개발(R&D)·시설투자 세액공제 확대나 유턴 기업 세액감면 요건 완화 같은 기업 세 부담을 줄여주는 공약이나 주식양도소득세 폐지 약속 등이 현실화될 경우 세수는 상당 폭 준다. 이외에도 전세자금 대출 원리금 상환액 소득 공제 확대, 실내 체육시설 이용료 소득공제 혜택 등과 같은 생활형 감세 공약도 적지 않다.
그러면서 윤 당선자는 ‘재정 건전성’도 강조한다. 물론 ‘코로나19 대응 우선’이란 단서를 달았으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견줘선 재정의 지속성과 안정성에 좀 더 무게를 실었다.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어가면 위험하다”라는 취지의 발언도 윤 당선자는 내놓은 바 있다.
지출 확대-감세-재정 건전성 확보란 각각의 목표는 함께 달성되기는 어렵다. 하나를 추구하다 보면 다른 하나는 목표에 닿을 수 없는 양립 불가능한 구조란 얘기다. 재정학자인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자칫 공약을 이행하려다 또다른 약속인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이달 중 꾸려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선 상호 모순적인 공약 재조정을 위한 논의가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인수위는 각 부처별 보고를 토대로 공약의 우선순위를 따져 국정과제를 제시하는 걸 목표로 한다. 두 달 여 뒤 인수위 종료 즈음엔 상당수 공약의 폐기 내지 조정이 예상된다는 얘기다.
특히 대선 막판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을 거치며 ‘공동 정부’ 구성이 언급된 터라 인수위 구성과 운영에서 예전 정부 인수위 때에 견줘 진통이 클 수 있다. 상호 모순적 공약을 정리해야 하는데다 안 후보 쪽 공약도 국정과제에 포함해야 하는 만큼 조정의 폭이 어느 때보다 넓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국민의힘 안에서도 인수위 과정에서 공약 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공공연히 나온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개별 공약은 선거 과정에서 의미 있고 필요하지만, 정합성이 맞지 않는 부분은 있을 수 있다”며 “공약 우선순위를 정하는 등 인수위에서 재정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