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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정경유착’ 전경련을…윤, 재계 대표로 세우나

등록 2022-03-20 10:34수정 2022-03-21 02:34

오늘 윤 당선자-경제단체장 첫 만남
관례와 달리 전경련서 주도권
‘국정농단’ 연루·4대 그룹 탈퇴 등
해체 여론까지 일며 위상 급추락
재계서조차 ‘대표 자격’에 의문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빌딩. 전경련 제공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빌딩. 전경련 제공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으로 치른 공식적인 첫 외부 일정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방문이었다. 대선을 치른 지 9일만인 2007년 12월28일의 일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선을 치른 지 7일만인 2012년 12월26일 전경련을 방문하기에 앞서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단체연합회를 먼저 찾아갔다.

이명박 전 대통령 이전 역대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자 중 대선 직후는 물론이고, 임기 내내 전경련 회관을 찾아간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전경련의 주요 구성원인 재벌 회장들이 청와대로 불려 들어가거나 제3의 장소에서 대통령을 만나는 형식으로 회동이 이뤄졌다.

재계를 향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첫 행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 쪽에 가까워 보인다. 21일로 예고된 윤 당선자와 경제5단체장 간 회동이 전경련 주선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도시락 점심을 같이 하는 형식일 것으로 알려진 이번 모임은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과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 사이의 연결을 통해 성사된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다른 경제단체들은 전경련을 통해 참석 요청을 받는 식으로 회동 날짜를 알았다고 한다.

윤 당선자가 전경련을 고리로 경제단체장들을 만나는 것을 두고 재계 쪽에선 의아해하며 예상 밖이란 반응이 나온다. 모임 일정이 알려진 지난 18일 밤늦게 먼저 <한겨레>에 전화를 걸어온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왜 전경련한테 연락하게 만들고 주도권을 주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경련이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에 얽힌 것으로 드러나 해체 위기에 빠지고, 그 뒤 주요 그룹들의 이탈로 위상이 급격하게 추락해 경제단체 대표 자격에서 한참 멀어진 현실을 꼬집는 발언이었다.

전경련의 회원사는 한때 600개 안팎에 이르다가 지금은 450개 정도로 줄었다. 회원 숫자 감소보다 더 뼈아픈 대목은 국내 재계의 대표 격인 삼성, 현대자동차, 에스케이(SK), 엘지(LG) 등 4대 그룹이 모두 전경련에서 탈퇴했다는 점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미르·K스포츠 재단에 기업들이 거액을 출연하는 정경유착을 전경련이 주도한 것으로 드러난 후과였다. 주요 그룹을 중심으로 한 회원 감소로 전경련의 인력과 예산은 전성기에 견줘 거의 반토막 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경련의 위상은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리기 전부터 이미 조금씩 떨어져 왔다. 재벌 총수들의 모임이란 성격을 강하게 띤 데다 이전에도 갖가지 정경유착 사건에 얽혀 신뢰를 많이 잃었던 탓이다. 1988년 전두환 전 대통령 일해재단 모금 사건,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2002년 한나라당 대선자금 제공 사건에서 핵심 고리는 전경련이었다. 여기에 재벌 대기업 위주의 경제성장이 한계에 이른 시대의 변화 또한 전경련의 위상을 떨어뜨린 요인으로 꼽힌다.

전경련의 재계 창구 역할은 박근혜 정부 때부터 이미 줄기 시작했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권과 재계 사이의 공식 통로 구실은 주로 대한상의에 맡겨졌고, 전경련이 대표로 나서는 경우는 드물었다. 대한상의가 대·중소기업을 아우르고 있고, 경제단체 중 유일한 법정단체라는 점, 회원사 숫자가 20만에 이른다는 점에서 이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이기도 했다.

전경련에 국정농단이란 검은 이미지가 덧씌워진 뒤인 문재인 정부 들어선 이 단체의 활동 공간이 더욱 좁아졌다. 전경련은 첫 방미 경제사절단을 꾸리는 일부터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 청와대 신년회, 여당 주최 경제단체장 신년 간담회 따위의 자리에 초청조차 받지 못했다.

윤 당선자와 경제단체장들 간 회동 형식은 이런 흐름을 반전시키는 시도라는 뒷말을 낳고 있다. 이번 모임 예고 뒤 재계에는 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으며 경제단체 간 균열 조짐도 엿보인다. 전경련 외 다른 단체 쪽에서 전경련의 ‘복권’ 내지 ‘부활 신호탄’의 의미를 띠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검사 시절 국정농단 수사를 주도했던 이가 윤 당선자였고, 전경련은 그 대상의 한 갈래였다는 점에서 매우 역설적이다. 전경련이 우연히 연락책을 맡은 것뿐일까, 새 정부의 산업·기업 정책의 방향을 예고하고 있는 것일까.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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