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가 오는 31일 종료되면서 총재 공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연합뉴스
오는 31일 이주열 총재의 임기가 종료되면서 ‘한국은행 수장’ 공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은 총재는 ‘조직 대표자’이면서 동시에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이다. 이에 공백시 직무대행 문제도 다른 기관에 견줘 까다롭다. 부총재와 의장 대행이 된 금통위원 ‘두 사람’이 업무 성격을 따져 역할을 나눠야 한다.
청와대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쪽의 후임 한은 총재 협의가 늦어지면서 한동안 수장 공백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총재의 임기가 열흘도 남지 않았는데, 남은 기간 차기 총재가 내정된다고 해도 인사청문회 통과까지 약 한 달은 걸린다. 당장 다음 달 14일 열리는 기준금리 결정 금통위부터 총재 공백 상태로 진행된다.
한은 총재의 ‘빈자리’는 두 명의 직무대행이 채운다. 총재 역할이 ‘조직 대표자 및 업무 총괄’과 ‘금통위 의장’으로 나뉘기 때문이다. 한은법 등에 따르면, 조직 대표자 및 업무 총괄 직무는 부총재(한은 정관 제15조)가, 금통위 의장직 직무는 사전에 결정된 순번에 따라 금통위원 중 한 명(한은법 제14조)이 맡는다. 금통위는 총재·부총재 외 5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4~9월 순번 차례는 주상영 금통위원이다. 이 총재 퇴임 이후 이승헌 부총재와 주상영 위원이 총재 직무를 각각 나눠 맡는다는 얘기다.
선 긋기 모호한 직무도 있다. 이 부총재와 주 위원 중 어느 쪽이 관장해야하는지 애매한 경우가 있다는 얘기다. 한 예로 금통위에 기준금리 논의 안건을 부의하는 것은 조직 대표자로서의 역할인지, 금통위 의장으로서의 업무인지 한은법과 정관에서는 명확히 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한은은 금통위 회의 운영 규정에 따라 ‘금통위 의장’ 직무로 판단할 예정이다. 한은 금통위 관계자는 “금통위 회의 운영 규정에 따르면 보고안건이 아닌 의결이 필요한 안건(의안)의 결재는 금통위 의장의 직무로 명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금통위 직후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도 누가 맡을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금통위 의장 직무대행을 맡을 주 금통위원이 지난해 8월부터 꾸준히 ‘금리동결’ 소수의견을 내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4월 금통위가 금리 인상 결정을 하고 주 위원이 동결 의견을 유지할 경우, 소수의견을 낸 주 위원이 다수의 결정을 기자들과의 문답 과정에서 제대로 설명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금통위 기자회견은 브리퍼(회견자)의 한마디 한마디가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예민한 성격을 지닌다. 한은 관계자는 “기자회견을 수행할 사람은 금통위원들이 별도 논의를 통해 정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아직 교통정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 기회에 총재 직무대행 관련 규정을 좀더 구체화하고, 아예 총재 공백 자체를 막을 법적 조항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현진 한은 자문역은 <한겨레>에 “총재 직무대행 조항이 모호한 터라 자칫하면 기준금리 결정과 관련한 절차적 당위성에 대한 시비가 발생할 수도 있다.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며 “또한 총재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임명을 미리 의무화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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