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오는 31일 임기가 종료된다. 한국은행
“중앙은행 존립 기반은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다. 금리 인상은 인기 없는 정책이지만, 타이밍을 놓치면 훗날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8년의 수장 자리를 떠나며 기준금리 인상을 한은이 이어나가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총재의 임기는 오는 31일 종료된다.
이 총재는 23일 총재로서 하는 마지막 기자간담회를 열어, “최근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금융불균형 위험을 줄여나갈 필요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에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계속 줄여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0.50%에서 1.25%까지 올렸다.
이 총재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면서 경제의 불확실성이 훨씬 커졌다고 바라봤다. 그는 “지난 2월 경제 전망 때 올해 경제 성장률은 3.0%,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예상했다. 우크라이나 무력 충돌이 없을 것이라는 전제였다”며 “현재 시점에서 보면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내 물가에 꽤 상승 압력을 가져다 주며, 성장에도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경제 성장에 하방 리스크가 있다고 해서 곧바로 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으로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경기 둔화 위험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금리 인상 의지를 한은이 누그러뜨려선 안된다는 취지다.
이 총재는 지난 8년 동안 금리를 9차례 인하하고, 5차례 인상했다. 취임 당시 2.50%였던 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0.50%까지 인하했다가 1.25%까지 끌어올린 상황에서 퇴임을 맞게 됐다. 한은 안팎에서는 무난하고 안정적인 통화정책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재임 동안 총 76회 통화정책 결정회의에 대해 “어느 것 하나 쉬웠거나 중요하지 않은 회의는 없었다”며 “통화정책은 파급 시차 때문에 선제 대응의 태생적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어떤 직책이든 실적을 평가해보면 공과가 있기 마련”이라며 “나름대로 적시에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 고민하고 최선의 노력을 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확대되는 중앙은행의 역할과 이에 대한 딜레마도 언급했다. 그는 “급변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날로 확대되고 있는 중앙은행을 향한 국민의 기대에 어떻게 부응해야 할지 계속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통화정책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경기 변동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새로운 역할에 대한 요구가 과도할 경우 중앙은행의 기본책무인 물가안정이나 금융안정을 지키기 어려운 딜레마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렇다고 양극화, 불평등, 환경 파괴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어려움을 마냥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중앙은행의 역할이 어디까지 닿아야 할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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