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28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빈민가에서 주민들이 국영 에너지 회사 페트로브라스의 값싼 조리용 가스를 사려고 몰려든 가운데 한 여아가 목에 라디오를 둘러멘 채 줄을 서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가스, 육류, 전기 등의 가격 급등으로 수백만 명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남미 3개국(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에서 금융 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들 국가는 최근 경기 부진, 고물가, 재정 악화, 정치 불안 등의 상황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27일 ‘해외경제포커스’ 자료를 통해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과정에서 남미 3개국은 금융 불안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브라질·아르헨티나·칠레는 경기 부진, 높은 물가, 재정 건전성 악화, 정치 불안 등을 한꺼번에 겪고 있어 미국 금리 인상에 그만큼 취약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은은 “미국 금리 인상이 가속화되면 (남미 3개국의)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의 지난 1월 전망에 따르면, 남미 3개국의 올해 평균 경제 성장률은 1.7%로 지난해(6.7%)보다 크게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들 국가의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브라질 10.06%, 아르헨티나 50.9%, 칠레 7.2% 등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국가 재정 상황도 취약한 상태다. 한은은 “지난해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각각 85.2%, 90.6%로 적정수준(40%)을 크게 초과한 상황이다”며 “향후 경기 회복 지연으로 재정지출 확대 압력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세수 감소 및 이자지출 비용 증가로 재정 건전성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는 경제 불안을 더 부추기는 모습이다. 브라질은 올해 10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복지 확대 및 최저임금 인상 등 ‘포퓰리즘 정책’이 부상하고 있으며, 아르헨티나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부채 협상안의 의회 통화가 난항을 겪고 있다. 칠레도 올해 신헌법 제정이 추진되면서 민영기업 재국유화 논의 등이 이뤄지고 있다.
한은은 “남미 3개국의 정치적 리스크는 다른 신흥국에 비해서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며 “취약한 경제 펀더멘탈과 함께 향후 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