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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현안 많은데 통상조직 이관? 휴가철에 펜션 고치는 격”

등록 2022-03-28 04:59수정 2022-03-28 08:47

[인터뷰] 이시욱 국제통상학회장

FTA협상 중심 통상정책 수명 다해
초기 기획기능 강화 고민없이
‘산업부냐, 외교부냐’ 논쟁 공허
대외뿐 아니라 대내협상 중요해져
공급망 안정위해 CPTPP 가입 필요
이시욱 국제통상학회장 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국제통상학회 제공
이시욱 국제통상학회장 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국제통상학회 제공

“바뀐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면 바꾸나 마나다. 개선되지 않는다고 본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통상 조직(통상교섭본부)을 산업 담당에서 외교 담당 부처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시욱(55) 한국국제통상학회장은 27일 <한겨레> 인터뷰를 통해 “통상 조직에 개선의 여지가 있는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에프티에이(FTA·자유무역협정) 협상 잘하고, ‘경제 영토’만 넓히면 된다는 효율성 위주의 통상 기조로는 안 되는 시대다. 통상 교섭만 잘하는 것으로는 대응할 수 없을 정도로 (통상 환경이) 복잡다기해졌다. ‘밑단’에 해당하는 교섭보다 (초기 단계의) ‘기획’ 기능이 강해져야 한다.”

이 회장은 “통상에서 기획 기능을 높이는 고민 없이 ‘산업부에 그대로 두느냐, 외교부로 옮기느냐’는 수준의 논의라면 바꿀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바캉스시즌(휴가철)에 굳이 리노베이션(개보수) 공사를 심하게 해야 하나 싶다. (미국의) 아이피이에프(IPEF·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구상, 시피티피피(CPTPP·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 동반자 협정) 가입, 디지털 통상 협정 같은 이슈가 많지 않은가. 외국과 소통을 많이 해야 하는 시기다.”

그는 “외교·안보도 중요하고 산업과 통상의 연계도 중요하나 앞단의 기획부터 끝단의 교섭이 종합예술처럼 연결되는 구조로 가는, 그런 논의가 돼야 하는데 어느 부처로 가느냐만 부각돼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14년부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올해 1월부터 국제통상학회장을 맡고 있다.

―기획 기능이라면 어떤 걸 말하는가?

“통상 기획은 우리나라 전체 통상 정책을 어떻게 끌고 가느냐 하는 문제다. 에프티에이뿐 아니라 농업을 어떻게 보고, 제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어떤 식의 정책이 필요한지, 거시적인 문제와 연결해 통상을 봐야 한다. 지금까지는 외국 나가서 에프티에이 체결 때까지 협상 기술을 발휘하는 식의 효율성만 중요하다는 쪽이었다. 에프티에이는 작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이 회장은 “굵직굵직한 에프티에이는 이미 다 체결한 상태이고 시피티피피 정도만 남아 있어 에프티에이 협상 위주의 통상 정책은 거의 수명을 다했다”며 “통상 정책을 국내 제도와 어떻게 연결하고 환경이나 노동 문제와는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따지고 반영하는 기획 기능이 커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섭이 손발 기능이라면 기획은 두뇌 기능에 비유할 수 있다. 머리를 많이 쓰고 손발은 거기에 따라가야 한다.”

이 회장은 통상의 기획 기능 강화와 함께 ‘대내 협상’의 중요성을 아울러 강조했다. 자유무역의 확대에 따라 국내적으로는 피해 계층이 생겨나고 불평등도가 높아지는 위험성에 노출되는 사정을 일컫는다.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 시절 보호주의를 들고나온 게 소득불평등도가 높아지고 중산층의 소득이 정체됐기 때문이었다. 통상 정책을 효과적으로 꾸려가려면 포용성을 높여 효율성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 대외뿐 아니라 대내 협상이 굉장히 중요해진 상황이다. 기획, 교섭, 대내 협상 및 대책, 이 세 가지가 조화롭게 이뤄져야 한다.”

―대내 정책 강조는 (자유무역 확대에 따른) 피해 계층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말인가?

“지원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양적인 것보다 질적으로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자유무역으로 피해를 본) 농민에게 지원된 돈이 실질적으로 잘 전달되고 있는지 전달체계를 검토하고, 탄소중립적·과학적인 농경이 되도록 지원해 생산성을 늘리는 지원 방식이어야 한다는 거다.”

통상 현안으로 떠올라 있는 시피티피피 가입 전망에 대해 이 회장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 또한 대내 협상 문제와 연결돼 있다. “(시피티피피에는) 여러 가지 민감한 이슈들이 많이 얽혀 있다. 농업, 수산업 분야가 피해를 보는 문제도 있고, 알셉(RCEP·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보다 개방도가 높다. 농업계의 반대 목소리가 높은 게 사실이고, 위생 문제까지 들어가 있다. 불똥이 잘못 튀면 (이명박 정부 시절의) ‘광우병 문제’ 같은 게 불거져 험난할 수 있다. 대외 협상에서 꼬여 잘 안 될 수도 있고, 대내 협상에서도 꼬일 수 있다.” 한국은 알셉에는 이미 가입한 상태이며 시피티피피 가입은 준비 중이다.

이 회장은 “정부가 이 시점에서 (시피티피피에) 가입하기로 한 게 특별히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공급망 안정”을 주된 이유로 들었다.

“예전에는 통상이 수출입업자들에게나 관련 있는 것으로 여겨졌는데 반도체 수급난, 요소수 사태 같은 공급망 교란을 겪고 보니 중소기업, 소비자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걸 실감하게 됐다. 통상에서 공급망 안정이 가장 큰 현안이 돼 있다. 아이피이에프나 시피티피피도 그런 앵글(측면)에서 봐야 한다. 친구들 많이 모여 있는데 들어가지 못해 동맹에서 배제되는 데 따른 비용이 너무 커진 시대다. 공급망 안정을 위해선 (시피티피피 같은) ‘메가 에프티에이’(거대 자유무역협정)에는 가입하는 게 괜찮을 것 같다.” 이 회장은 시피티피피 가입과 함께 미국의 구상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 워크’ 참여도 한국으로선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며, 이 또한 공급망 안정과 연결지어 설명했다. “거기에 안 들어가면 비용이 너무 크다. 공급망 협력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싫든 좋든 들어갈 수밖에 없게 세상이 바뀌었다. 기존 에프티에이에 공급망 규범을 넣는 노력도 필요해진 시대다. 아이피이에프 구상이 중국을 견제하는 성격이라 중국과는 불편해질 가능성이 당연히 있을 거다. 그게 우리에겐 큰 도전이다. 우리로선 지속적으로 줄타기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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