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부영태평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향후 통화정책 운용에 대해 ‘데이터’와 ‘정책 조합’을 강조했다. 물가와 금융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이에 따른 경기 위축도 고려해야 하는 `딜레마’를 정확한 경제 분석과 다른 정책과의 조합을 통해 풀어나가겠다는 뜻이다.
이 후보자는 1일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한 첫 출근길에서 기자들을 만나 “매파(긴축 선호), 비둘기파(완화 선호)로 나누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경제 상황에 대한) 데이터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으며, 그 상황에서 정부와 어떻게 정책 조합을 잘 조율하느냐. 이러한 각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데이터가 변하는 것에 따라 어떤 때는 매파, 어떤 때는 비둘기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 후보자가 지명된 이후 추가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놓고 매파, 비둘기파 추측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가 전적으로 경제 상황에 맞춰 움직이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이 후보자는 향후 금리 결정에 있어 경기와 물가 중 어디에 무게를 두느냐의 문제도 ‘데이터’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 하방리스크가 현실화된 것이 성장에 더 영향을 미치는지, 물가에 더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해볼 것”이라고 전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정책 조합도 매우 강조했다. 현재 한국 경제는 한은의 기준금리 수단 하나로 물가, 금융, 경기 안정을 동시에 달성하기 힘든 상황이다. 높은 물가와 금융 불균형을 잡기 위해 금리를 빠르게 올리면 경기가 꺾일 가능성이 있다. 이 후보자는 이 같은 어려운 과제를 다른 정책과의 조합으로 돌파해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은이 한 쪽에 무게를 둬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재정·금융 정책이 보완해주는 조합이다. 중앙은행 독립성을 고려해 정책 조합에 적극적이지 못했던 이전 한은의 분위기와 사뭇 다른 행보다.
그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3C를 강조한다”며 “정책을 할 때 통화정책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재정과 구조조정정책 등을 다 같이 보는 것(Comprehensive), 각각 정책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안 가는 일관성(Consistent), 서로 협력하는 조정(Coordinated) 등이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과거처럼 중앙은행이 독립성으로 물가만 보는 프레임은 (최근 들어) 많이 바꿨다”며 “변수에 따라 정부와 어떻게 조율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측면에서 이 후보자는 가계부채 문제도 금융 당국과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은 총재가 되면 금융위, 금감원과 다 같이 가계부채에 대해 전반적으로 어떻게 정책을 펼지 중장기적으로 노력을 하겠다”고 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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