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고채 금리가 상승한 영향으로 시중은행에서 상단 금리가 6%를 넘어선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나왔다. 지난달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주담대인 '우리아파트론' 고정형(혼합형)의 이날 금리는 연 4.10∼6.01%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국고채 금리 폭등에 한국은행이 2조원 규모의 시장 안정화 조처에 나섰다. 그러나 최근 국고채 시장 혼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긴축 행보에 한은 총재 교체 및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라는 ‘국내 불확실성’까지 영향을 주고 있어 당분간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고채 금리가 상승하면 대출 금리도 함께 오르게 된다.
한은은 4일 “금리 변동성 확대에 대응한 시장 안정화 조처로 2조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처는 지난 2월 초 2조원 단순매입 이후 두 달 만이다. 한은이 국고채 시장 개입에 나서는 것은 금리가 크게 오르고(채권 가격 하락) 있어서다. 국고채 3년 만기 금리는 이날 연 2.837%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2014년 6월9일(2.84%) 이후 약 8년 만에 최고치다. 국고채 10년물도 3%를 돌파한 연 3.065%에 거래를 마쳤다.
국고채 금리는 대내외 영향을 모두 받고 있다. 미국 연준이 한 번에 0.5%포인트 정책금리를 올리는 등 빠른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국고채 금리를 밀어 올리는 모습이다. 한은 총재 교체와 추경 편성 불확실성이라는 국내 변수도 시장을 자극하는 요소다. 투자자들은 총재 교체로 바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폭 및 횟수를 주목하고 있다. 새 정부가 추진 의사를 밝힌 추경도 정확한 적자국채 규모가 계속 확정되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재원 조달을 위해 적자국채를 발행하면 수요 대비 국고채 발행량이 많아지고, 이것은 채권 가격 하락인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국고채 금리는 대출 금리의 ‘지표’ 역할을 하는 까닭에 시차를 두고 가계부채 부담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시장 안정화 조처가 다소 도움은 되겠지만, 근본적인 불안을 누그러뜨리지는 못할 것으로 바라봤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겨레>에 “채권 시장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하는데, 현재 한은 총재 교체에 추경 편성 잡음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시장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국내 정책 불확실성이 겹친 상태다. 한은의 개입에도 금리 오버슈팅(단기 급등)이 진정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