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3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4.1%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돌파한 건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물가 고공 행진은 당분간 더 지속된다는 게 정부와 한국은행의 전망이다. 이에 정부는 5월부터 3개월 간 유류세 인하 폭을 확대하고, 영업용 화물차 등에 유가연동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오는 5월 출범하는 새 정부의 최대 현안으로 물가가 급부상하고 있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 상승했다. 지난해 10월(3.2%) 9년 8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선 뒤 올 2월(3.7%)까지 다섯달 연속 3%대를 보이다, 지난달에 4% 벽마저 넘어선 것이다. 오름폭이 매우 가파르게 커졌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전년보다 3.3% 올라 2011년 12월(3.6%) 이후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근원물가는 올 1월 3%를 돌파한 뒤 3개월 내리 3%대를 이어가고 있다.
물가 안정을 제1의 책무로 삼는 한국은행은 올해 물가 전망을 크게 높일 태세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유, 곡물 등 원자재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4%대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으로는 지난 2월 전망치 3.1%를 크게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물가 안정 대책을 내놨다. 유류세 인하 폭을 현행 20%에서 10%포인트를 추가해 30%로 확대해 내달부터 7월까지 3개월 시행한다. 정부는 하루 40㎞ 주행할 경우 휘발유 기준 월 3만원의 인하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같은 기간 영업용 화물차, 버스, 연안화물선 등에 대해 경유 유가연동 보조금을 지원하고, 택시·소상공인 등이 주로 이용하는 차량용 부탄(LPG)에 대한 판매부과금은 30% 감면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국민의 체감 유류비용을 낮추기 위해 ‘고유가 부담 완화 3종 세트’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부터 유류세 인하를 실시해 물가에 이미 반영돼 있어, 10%포인트를 더 낮춰도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폭 확대 등 조처의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경계심은 커지고 있다. 특히 물가를 끌어올린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제유가와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지 않으면 물가가 안정세로 돌아서기 쉽지 않다. 홍남기 부총리는 “물가 문제는 현재 어느 현안보다 중요하고 엄중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새 정부가 어떻게 물가를 안정시키는 동시에 취약계층 지원을 하느냐가 능력을 평가받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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