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지난달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새 정부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 후보자는 14일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인사청문회 서면 질의에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엘티브이 조정은 생애 첫 주택구입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미시적인 보완책으로서 실수요자 보호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이러한 미시적 대출 완화정책이 확대돼 국민경제 전체 대출 규모, 특히 가계부채 증가 속도에 영향을 주게 되면 물가안정, 금융안정 등에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엘티브이 완화 조처는 그 본래의 취지와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하여 점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이 후보자가 대출 규제 완화가 가계부채 급증으로 이어지며 은행의 건전성 훼손 등 금융 안정성이 흔들릴 뿐만 아니라 가계의 소비 제약 등을 불러와 경제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후보자는 지난 1일 지명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가계부채 문제는 부동산과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단기간 위험 요인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가계부채를 어느 정도 잡을 수 있는 정책적 노력에 한국은행이 분명한 신호를 주고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후보자가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으로 있었던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 ‘2022년 연례협의 결과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엘티브이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거시 건전성 조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권고를 한 바 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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