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균의원 말빌려 비판
조건호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이 21일 출입기자들과 간담회에서 정부·여당에 넌지시 쓴소리를 했다. 조 부회장은 “얼마전 강봉균 열린우리당 의원을 만났더니 ‘여당 의원들이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른다. 전경련 같은 데서 좀 자주 만나 세상 물정을 잘 알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강 의원이 얼마나 답답해서 그런 얘기를 하겠느냐”며 “앞으로 우리가 토론회 등 각종 모임에 자주 그분들을 초청해서 경제현실도 정확하게 알려주고 교감을 쌓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부처나 그 위 분들의 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최근 청와대와 업무협의 과정에서 일어난 구체적인 사례를 얘기하려다가 얼른 거두기도 했다.
조 부회장이 여당 중진의원의 말을 빌려 한 얘기이지만, 정부·여당에 대한 경제단체의 부정적인 시각이 그대로 묻어난다. 연초 경제5단체의 국가인권위 권고안에 대한 대대적 비판, “친노동 정책을 펼 경우 자본 파업을 할 수도 있다”는 이수영 경총 회장의 발언 등과 맥락이 닿아 보인다. 최근 국정교과서의 내용까지 경제단체로부터 자문을 구해 바꿔보려는 정부로서는 좀 억울하겠다 싶은 평가다.
그런데 조 부회장은 이날 발언은 앞뒤 모순을 드러냈다. 참여정부 출범후 경제단체에 관료 출신 인사들이 많이 포진한 것과 관련한 질문에, 그는 “관료출신들은 상황파악 능력이 뛰어나고 정부와 의사소통을 잘해 문제해결 능력이 탁월하다”면서 “얼마 전에 전경련 회장, 부회장단 간담회을 열었는데 전화 몇 통화로 정부 5개 부처 장관들이 모두 참석하기도 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조 부회장은 국민의 정부 때 국무총리 비서실장, 과학기술부 차관 등의 요직을 거친 관료 출신이다. 참여정부에서는 조 부회장과 같은 관료 출신들이 경제단체 곳곳에 포진해 ‘긴밀한 관-경유착’을 엮어내고 있는데, 왜 정부·여당은 ‘세상 물정 모르는 집단’으로 낙인찍힐까?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