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기자실을 방문해 간담회를 하고 있다.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두드러진 원-달러 상승(원화 가치 하락)에 대해 “아직은 유로나 이머징마켓 국가 화폐 등에 견줘 원화 절하 폭이 심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25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어 “1월 기준으로 보든 우크라이나 사태가 시작된 2월 말 기준으로 보든 달러 인덱스 상승(폭)과 원화 절하 정도가 거의 비슷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앞으로 미국 금리가 더 올라가면 원하도 절하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원-달러 환율 추가 상승 가능성은 열어둔 셈이다.
또 이 총재는 기준금리 정책을 펼 때 환율을 타깃으로 삼지 않는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환율은 금리뿐만 아니라 경상수지, 경제 펀더멘탈(기초체력) 등 여러 요인이 개입된다”며 “개인적으로는 환율은 시장 변수이지, 정책 변수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보고 있으나 환율을 타깃으로 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 총재는 다음 달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부에 대해서는 ‘물가와 경기를 균형있게 살핀다’는 한은 총재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줄곧 내비쳐왔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오늘까지 봤을 때는 물가가 조금 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앞으로 통화정책이 정상화하는 방향(완화 수준 축소)으로 가야하는 것 같다”면서도 “앞으로 어떤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릴지,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하는지 등은 데이터에 따라 균형과 유연성을 갖고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단기 정책과 장기 정책을 구분해야 한다’는 언급도 내놨다. 그는 “우리가 단기 기준금리 정책을 할 때 생각하는 성장률과 장기적인 성장률 (하락) 우려는 다른 문제다. (이를) 혼재해서 논의하면 안 된다”며 “저는 장기적으로 보면 비둘기파(완화정책 선호)가 되고 싶다. (한국 경제의) 성장 프레임을 바꿔 성장률이 너무 크게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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