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억원을 사회에 헌납하기로 한 삼성이 자원봉사 활동을 확대하는 문제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일부 계열사에서 임직원들의 참여율을 억지로 끌어올리려다 자칫 역작용을 빚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탓이다.
삼성은 22일 서울 태평로 본관에서 주례 사장단 회의를 열어, 최근 대두된 임직원의 자원봉사 확대 방안을 주요 안건으로 올렸다. 회의는 국내 처음으로 사회공헌 전담 사장으로 임명된 이해진 삼성사회봉사단 사장이 시행안을 설명하고, 각 계열사 사장들로부터 의견을 듣는 식으로 진행됐다. 긴급한 경영현안을 제치고 자원봉사 활동이 의제로 떠오른 데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경영 활동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음을 방증해주는 것이지만, 이날 회의에서 삼성의 일부 계열사 사장들은 자원봉사 활동의 확대안에 대해 부작용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업종의 특성을 무시한 ‘자원봉사 의무화’에 난색을 표명한 것이다. 삼성의 한 임원은 “제조업과 금융업 등 계열사별로 처한 실정이 다른 데도 마치 그룹 전체가 반드시 자원봉사 활동을 해야 것처럼 비쳐져 곤혹스럽다”며 “기본적으로 자원봉사는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은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기준으로 삼성의 자원봉사 활동 참여율은 80%에 이른다. 삼성의 전체 임직원 15만명 가운데 12만명이 크고 작은 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은 애초 임직원의 참여율을 100%로 끌어올리기 위해 인사고과 반영 등 몇 가지 방안을 검토했으나, 반강제성을 띨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이달 말까지 최종안을 확정한 뒤 이르면 다음달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삼성 구조본 관계자는 “모든 임직원이 참여했으며 좋겠다는 상징적인 차원에서 ‘참여율 100%’를 언급한 것일 뿐 계열사 실정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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