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한국외국어대 강준영 교수

중국 전문가인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가 지난 26일 자신의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김영배 선임기자
중국 전문가로 국제지역연구 총괄 ‘인·태 경제프레임워크’ 가입 관련
“중국이 당장 반발·보복 않을 듯”
“초기부터 적극 참여 ‘살 길’ 찾아야”
“중국 상대 협상 때 지렛대 삼아야” 강 교수는 대만 국립정치대학 정치경제학 박사 출신의 중국 전문가이다. 그는 1999년 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로 임용된 뒤 중국연구소장,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을 지냈으며 ‘HK+국가전략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다. 2019년 미·중·일 등 14개 지역 연구소를 총괄하는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을 다시 맡아 연구소 확대 개편 작업을 이끌고 있다. 먼저 경제프레임워크에 대해 중국이 얼마나 크게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보는지 물었다. “그 방향으로 가는 건 중국도 이미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특정해 얘기를 안 했으나 자기들 겨냥하는 걸 잘 안다. 한국도 자연스레 그쪽으로 흘러간다고 봤을 것이고.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한·미 동맹 강화 뜻을 밝혔지 않았나.” 하지만 강 교수는 중국이 당장 드러나게 반발하거나 보복 조처를 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했다. “전반적인 흐름에 대해 우려를 하는 정도일 것이다. 중국 내부가 안정돼 있다면 모르나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외적으로 (불만) 발산을 덜 하려고 하는 것 같다. 대만 문제 같은 것에는 직접적인 반응을 하겠지만, 경제프레임워크에는 내년 11월 정식 협의체 모양을 갖출 때까지 계속 거론하며 문제 삼는 정도일 것이다.” 그는 바이든 미 행정부의 세계 전략을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재편”과 “신기술표준 제정” 두 가지를 꼽고 “이를 위해 민주·자유·시장·인권을 강조하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경제프레임워크는 미-유럽연합(EU) 무역기술위원회(TTC)와 함께 두 축을 이루는 수단이란 설명이다. “미국으로선 ‘경제프레임워크’로 중국을 견제하고 ‘무역기술위’를 통해 러시아를 옥죄는 전략을 쓰고 있다. 지난해 10월 유럽 지역에서 미국의 대중 견제를 위한 조직으로 출범한 무역기술위는 우크라이나 침공 뒤 러시아를 견제하는 플랫폼 구실도 하고 있다.” 경제프레임워크 출범 선언 초기부터 한국이 참여한 것은 잘한 선택일까? “우리가 초반부터 (통상) 질서 짜는 데 들어가 본 적이 없다. 오바마 미 행정부 시절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협정(TPP)에도 못 들어갔다. 트럼프 시절 미국이 탈퇴한 뒤 티피피는 일본 중심의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CPTPP)로 바뀌었다. 한국이 지금껏 규범 제정자, 룰 메이커 구실을 못 했는데 이제 우리 살 길 찾는 방향을 얘기할 수 있는 거다. 대중 견제 구도가 확 굳어졌을 때 들어가면 오히려 안 된다고 본다. 처음부터 움직이고 들어가야 한다. 수동적으로 임할 게 아니라고 본다. 끼어 보지도 못하고 끌려가는 형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강 교수는 “(한국이) 문재인 정부 때 중국 주도의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CEP)에도 들어갔다”는 점은 “(경제프레임워크 참여와 관련) 중국에 대해 우리 주장을 할 수 있는 전략적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특정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얼마나 힘든지 ‘요소수 사태’ 때 봤지 않느냐. 공급망 재편에서 여러 나라와 같이 움직이는 게 뭐나 나쁘냐고 (중국 쪽에)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경제프레임워크에는 중국의 영향권에 들어있는 아세안 10개 나라 중 7개 나라도 참여하고 있고, 대표적인 친중국 성향의 싱가포르도 들어있다. “안미경중(안보는 미국·경제는 중국 의존)은 맞지 않는다. 경제, 먹고 사는 문제는 다변화할 수 있는 거다. 안미경‘세’(세계), 안미경‘익’(이익) 얘기까지 나오고 있지 않은가. 미·중 대결구도는 확실하나, 이게 한·중 대결구도로 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고, 할 수 있다. (반도체) 기술을 갖고 있으니까.” 그러면 경제프레임워크가 미국 의도대로 흘러갈까? “미국 주도로 완벽하게? 그런 건 아닐 것이다. 13개 나라가 모여 출범을 선언했을 뿐이다.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려면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 내년 11월 협의체를 정식으로 꾸릴 때까지 ‘밀당’이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너무 대립구도로만 얘기할 필요가 없다. 우리의 운신 폭만 좁아진다. 미국의 의지가 관철될지, 다른 나라 입김으로 중화될지 모른다.” 강 교수는 경제프레임워크가 바이든 행정부 차원의 행정명령으로 추진되고 있는 점을 들어 “미국의 조급함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의회 비준을 받기 위해 왔다 갔다 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국회 비준이 필요 없는 방식이라, 지도자가 바뀌면 어떻게 될지 모르고 불투명해질 수도 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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