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생산·소비·투자 등 산업 3대 지표가 일제히 뒷걸음질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됐던 2020년 2월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공급망 차질,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 등 대외 여건 악화로 국내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셈이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쪽은 지표 악화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이 같은 우려를 진화하고 나섰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022년 4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국내 전체 산업 생산 지수는 한 달 전에 견줘 0.7% 내리며 하락세로 전환했다. 업종별로 보면 지난 4월 18일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로 음식점·주점 등 서비스업 생산이 1.4% 늘었으나, 제조업 등 광공업 생산이 3.3% 줄며 지수 하락을 견인했다.
광공업 생산 감소는 디램·플래시메모리 등 메모리 반도체 생산이 줄어든 탓이다. 빈현준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글로벌 반도체 수요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중국의 상하이 등 주요 도시 봉쇄 여파로 중국 수출이 크게 감소하며 중국 비중이 큰 메모리 반도체 생산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국내 소매 판매와 설비 투자도 한 달 전에 견줘 각각 0.2%, 7.5% 감소했다. 설비 투자 감소 폭은 미·중 무역 분쟁이 확산한 지난 2019년 2월(-7.5%) 이후 3년 2개월 만에 가장 컸다.
빈 과장은 “공급망 차질 등으로 인해 반도체 제조용 장비의 국내 도입이 지연된 영향”이라고 했다. 외국에서 들여오는 장비 수입도 국내 투자로 분류하는데, 생산 장비의 도입이 늦어지며 기계 가동 인력 등 국내 일자리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 셈이다. 소매 판매는 코로나19 확진자 감소로 의약품 소비 등이 줄며 2개월 연속 감소했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경기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한 달 전에 견줘 0.3포인트 하락하며 2개월 연속 내렸다. 문제는 6∼9개월 뒤 경기 상황을 예고하는 경기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지난달 0.3포인트 내리며 지난해 7월부터 10개월 연속 내리막을 타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경기 둔화 조짐이 뚜렷해지는 셈이다. 빈 과장은 “산업 3대 지표 동반 하락이 좋은 신호는 아니지만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공급망 등 불확실성이 워낙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재부는 경기 둔화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4월 생산 감소는 대중국 수출 감소에 더해 3월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며 반짝 특수를 맞았던 식료품과 의약품 등의 생산이 다시 감소한 데 따른 일시적 영향”이라며 “전체 소비의 55%를 차지하는 서비스 소비가 살아나고 있고, 투자 감소는 기업의 수요가 많지만 공급이 달리는 마찰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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