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가운데)이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련 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 및 3분기 추진 부동산 정상화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정부가 올해부터 종합부동산세를 매길 때 서울·수도권의 시가 8억원 넘는 상속주택과 지방의 4억원짜리 별장 등을 주택 수에서 제외해 집주인 세금을 수백만~수천만원 줄여주기로 했다. 부득이한 사유로 다주택자가 된 이들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이나, 조세의 누진 구조를 완화해 형평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부는 21일 ‘3분기 추진 부동산 정상화’ 과제를 제시하며 각종 주택 관련 세금 완화와 금융 지원, 규제지역 해제 계획 등을 제시했다. 우선 올해부터 종부세 과세 때 서울·수도권의 공시가격 6억원(시가 8억6천만원) 이하, 비수도권 3억원(시가 4억3천만원) 이하인 상속 주택은 주택 수에서 영구적으로 제외하기로 했다. 상속받은 집의 지분이 40% 이하여도 주택 수에서 빼준다. 1주택자의 경우 종부세 기본 공제액이 올해 기준 14억원으로 다주택자(6억원)보다 훨씬 많다. 다주택자에 견줘 낮은 세율은 물론, 주택 보유 기간과 나이에 따라 최대 80% 세액 공제도 적용받는다.
기재부는 공시 가격과 지분 요건을 만족하지 않아도 모든 상속 주택을 상속일로부터 5년간 종부세 과세 때 주택 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현재보다 주택 수 산정 제외 기간이 2∼3년 늘어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에 공시가격 15억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이하 만 65세·보유기간 5년)가 같은 지역 내 공시가 10억원인 아파트를 4년 전 상속받았을 때 내야 하는 올해 종부세가 2144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모가 한 집에서 같이 살다가 아버지가 사망했을 때 자녀가 세금 부담 때문에 2∼3년 안에 물려받은 집을 팔지 않고 어머니 살아계신 동안은 집을 계속 갖고 있게 해주면 좋겠다는 민원이 많았다”고 말했다.
1주택자가 서울·수도권과 특별시·광역시 이외 지역에 공시가격 3억원(시가 4억3천만원) 이하 주택을 추가 매입해도 종부세 과세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한다. 방기선 기재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주말 농장 활용 목적으로 주거용 건물을 신축한 경우 등 투기와 관련 없고 처분이 쉽지 않은데도 1주택자 혜택이 종료돼 세 부담이 과도하게 늘어나지 않게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서울에 공시가격 15억원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가 지방에 공시가 1억원짜리 집을 샀을 때 내는 종부세 납세액은 기존 341만원에서 25만원으로 감소할 예정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부동산 관계장관 회의에서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일시적 2주택자도 2년 안에 옛집을 처분한다는 조건을 만족하면 올해부터 1주택자 기준으로 종부세를 과세하기로 했다. 집 2채를 합한 금액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되, 각종 공제와 세율 등은 1주택자와 같게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기재부 쪽은 서울에 공시가격 15억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가 같은 지역에 동일한 금액의 아파트를 샀을 때 부담하는 올해 종부세가 3254만원에서 427만원으로 3천만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만약 2년 내 옛집을 처분하지 않으면 감면받은 세금을 추징한다.
기재부 쪽은 “상속 주택과 지방 주택 보유자 등을 위한 종부세 감세는 의원 입법으로 법 개정을 추진해 올해 11월 말 고지하는 올해치 종부세부터 반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부는 다음달 발표하는 세법 개정안에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세율 인하 등 보유세 부담 완화 방안을 별도로 담아 내년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이밖에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가 대책 발표일 이후 집을 사면 취득세를 최대 200만원 면제하는 방안도 이번 대책에 포함했다.
금융위원회는 3분기 중 주택금융공사 내부규정을 바꿔 청년·신혼부부 대상 40년 만기 보금자리론에도 상황 원금 규모가 뒤로 갈수록 서서히 커지는 체증식 상환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체증식은 현재는 만 39살 이하 청년층을 대상으로 만기 10·15·20·30년인 경우만 적용하고 있다. 1주택자인 기초연금수급자 등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우대형 주택연금 요건은 주탁가액 1억5천만원에서 2억원으로 낮추고, 3년 안에 해지하면 초기 보증료(주택가격의 1.5%) 환급이 가능해진다.
투기과열지구 49곳과 조정대상지역 112곳 가운데 일부가 해제되면서 광범위한 세제·대출·청약 규제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말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규제 지역을 조정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투기과열지구는 최근 3개월 평균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1.5배 높은 경우, 조정대상지역은 1.3배 높은 경우 지정된다. 최근 주택 가격은 상승세는 둔화됐고, 물가는 빠르게 상승한 결과 상당수 규제 지역이 지정 기준을 벗어나 각종 규제가 해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섣불리 해제할 경우 주택시장을 자극할 수 있어 정부는 고민이 깊은 분위기다. 국토부는 “청약경쟁률이나 주택 보급률, 미분양 주택 추이 등 정성 요건도 동시에 고려해 해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구처럼 집값 하락이 장기화하고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지속해서 늘어나는 지역에 대한 검토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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