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 운반선 모습. 삼성중공업 제공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에 이어 삼성중공업도 카타르가 발주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수주했다. 총 14척을 건조하기로 했다. 수주 금액만 3조9천억원에 이른다.
삼성중공업은 버뮤다·아프리카 지역 선주로부터 17만4천㎥급 엘엔지운반선 14척을 수주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로써 삼성중공업의 올해 누적 수주 실적이 선박 수로는 33척, 금액으로는 63억달러로 늘었다. 6개월 만에 올해 연간 수주 목표 88억달러의 72%를 확보했다.
업계에선 이번 수주를 카타르의 엘엔지 공급 확대 전략에 따른 계약으로 파악하고 있다. 카타르는 세계 최대 엘엔지 생산국으로, 연간 생산량을 기존 7700만t에서 1억2600만t으로 늘리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카타르는 전 세계적으로 엘엔지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2019년부터 이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특히 중국·유럽이 석탄 발전을 엘엔지 발전으로 전환하겠다고 나서면서 카타르 프로젝트에 속도가 붙었다. 엘엔지 발전은 석탄 발전과 비교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런 이유로 엘엔지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중간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카타르 국영 에너지업체 카타르에너지는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20년 국내 조선 3사(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및 중국 후둥조선과 선박 슬롯계약을 체결했다. 슬롯계약은 조선소에서 선박이 건조되는 장소인 독(dock)을 미리 확보해두는 사전 계약을 말한다. 당시 슬롯계약 척수는 116척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조선 3사 100척, 중국 후둥조선 16척이다. 국내 3사의 슬롯계약 금액만 총 23조원에 달한다.
2020년 슬롯계약 이후 한동안 본계약이 이뤄지지 않다가, 지난 7일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이 각각 4척, 2척을
수주하며 카타르 프로젝트 출발을 알린 바 있다. 앞으로 추가 수주가 이어지며 국내 조선업계의 수익성 강화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카타르 엘엔지 프로젝트는 중국의 엘엔지 운반선 건조 능력을 평가하는 척도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당시 중국에서 엘엔지 운반선을 건조하는 조선소는 후둥조선이 유일한 상황이었다. 엘엔지 1위 수입국인 중국은 수입물량을 기반으로 카타르에서 수주를 따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엘엔지 운반선 건조 능력은 아직 한국이 중국보다 우위에 있다고 본다”며 “이번 카타르 프로젝트 물량을 기반으로 중국이 시장에서 검증받을 기회를 받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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