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16원대를 넘어서며 13년 2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16원까지 치솟아 13년 2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고용 호조와 인플레이션 가속화 전망, 유로존 경기침체 등이 달러를 더욱 위로 밀어올렸다. 국내에선 이달말 한-미 정책금리 역전 가능성 고조에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회사채 시장 경색 소식 등이 외환시장에 한꺼번에 몰아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1300원대 환율이 고착화할 가능성마저 시장에 대두한다.
1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16.4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30일 기록한 장중 고점(1325.0원) 이후 가장 높다. 종가는 전날보다 8.2원 오른 1312.1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후의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의 글로벌 급등세가 원화 가치 하락을 이끌었다. 미국·유럽·한국 등 세계 중앙은행들의 빠르고 큰폭의 통화긴축과 경기침체 우려가 달러화 초강세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날 유로·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가치를 나타지는 지수(달러인덱스)는 한때 108.5까지 올랐다. 유로화는 달러화 가치와 1대1로 교환되는 패리티 수준으로 급락했다. 이날 유로화 가치는 1유로에 1.0006달러까지 하락해 2002년 12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국 시각으로 13일 밤 발표될 미국 6월 소비자물가는 8.8%(전년 동기대비) 올라 전달(8.6%)보다 더 뜨거워질 것으로 현지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6월 고용지표 호조와 맞물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오는 27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넘어 메가 스텝(1.0%포인트 인상)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날 큰폭의 환율 상승에는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 요인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6월중 외국인의 국내 증권(주식+채권)투자자금이 7억8천만달러 순유출로 전환됐고 국내 회사채 발행시장이 위축돼 대기업조차 은행 대출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경제가 수축기에 들어설 거라는 우려를 발신하는 신호들이다.
이달 말 한-미 기준금리 역전 예고도 환율 급등을 설명하는 요인 중 하나다. 현재 한국(1.75%)과 미국(목표범위 1.50∼1.75%)의 기준금리 격차는 0.00∼0.25%포인트로, 13일 금융통화위원회가 0.25%포인트만 인상하면 미 연준이 27일 ‘빅 스텝‘(0.50%포인트 인상)만 밟아도 미국이 0.00∼0.25%포인트 더 높아지는 ‘역전’을 피할 수 없다. 금리역전은 국내 외국인 투자자금의 미국으로 유출과, 내외금리차를 이용한 외환 차익거래 세력 등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원화 가치 하락을 예고한다.
조영무 엘지(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원-달러 환율에는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전망이 이미 반영된 것 같은데, 실제 인상 폭이 0.25%포인트에 그치면 환율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제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300원~1500원대가 지속된 7개월(2008년 10월7일~2009년 4월29일)의 기억을 소환하고 있다. 당시 환율은 1570.30원(2009년 3월2일 종가, 장중 고가 1596.00원)에 이르렀다.
조계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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