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조세회피 지역으로 꼽히는 케이맨제도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에 많은 자금을 투자한 국가는 미국에 이어 조세회피처인 케이맨제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남미 국가인 과테말라와 지중해 섬나라 몰타, 카리브해 섬나라 버진아일랜드도 10위권에 들었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는 신고 기준 110억8600만달러(14조4천억원)이며, 이 중 케이맨제도에서 유입된 자금이 15억4600만달러로 미국(29억4600만달러)에 이어 2위였다. 싱가포르(13억9천만달러), 일본(8억9300만달러), 중국(8억8800만달러), 네덜란드(7억3100만달러), 과테말라(5억7100만달러), 몰타(2억6400만달러), 영국(2억4400만달러), 버진아일랜드(2억2100만달러)가 뒤를 이었다.
미국·싱가포르·일본·중국·영국과 달리 케이맨제도·콰테말라·몰타·버진아일랜드는 대한국 교역 규모가 작은 편이어서 주목된다.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보면, 상반기 케이맨제도에 대한 한국의 수출액은 284만달러로 전체 교역국 중 184위였다. 케이맨제도는 과테말라·몰타·버진아일랜드 등과 함께 개인이나 법인에 대해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를 물리지 않거나 매우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금융거래의 익명을 보장하는 조세회피처로 꼽힌다.
올해 상반기 케이맨제도의 투자액 15억4600만달러는 10년 전인 2012년 상반기(6200만달러)의 25배 수준이다. 전체 외국인 직접 투자 규모가 2012년 상반기 71억700만달러에서 올해 상반기 110억8600만달러로 56.0% 증가한 것에 견줘 큰 폭의 증가세다.
조세회피처 투자자 중 일부는 세금 회피 등을 위해 현지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다시 자금을 국내로 들여오는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조세회피처가 자금세탁이나 탈세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곤 하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조세회피 지역을 통해 국내에 들어오는 자금은 주로 인수·합병(M&A) 목적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 편”이라며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니며, 글로벌 기업들이 절세를 위해 조세회피처에 법인을 세워 운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