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 주차장. 월마트 주가는 매년 우상향하고 있다.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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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라는 이름만 보면 비슷한 영업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주가의 흐름은 반대다. 미국의 소매 유통업을 담당하는 월마트의 주가는 빅테크 기업들만큼은 아닐지라도 매년 천천히 우상향하고 있다. 최근 5년간 누적 주가 상승률은 60%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누적 주가상승률(약 65%)에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지지부진한 소매 유통업 기업 주가 흐름과는 다르다.
한국의 월마트라고 할 수 있는 이마트의 주가 흐름은 몇 년간 지지부진하다. 단순히 횡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최근 5년간 지속해서 하락해 3분의 1 토막이 났다. 20년 전 한국에 진출한 월마트, 까르푸를 쫓아냈던 토종 기업 이마트는 왜 이렇게 됐을까.
이마트의 2021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이마트의 사업영역을 먼저 살펴보자. 이마트의 사업부는 이마트·스타필드 등 유통업 부문, 조선호텔 등 호텔·리조트 부문, 식음료업 부문 등으로 이뤄졌다. 이 중 유통업 부문이 전체 매출의 81.5%를 차지한다. 이커머스의 급격한 성장은 이마트의 주요 사업인 유통업 부문에 위협이 되고 있다.
경쟁자들의 도전에 이마트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이마트는 온라인유통업으로의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이마트몰과 신세계몰의 온라인 부문을 합쳐 SSG닷컴을 출범했다. 이마트가 가진 지분율은 50.1%다(신세계 26.9%). SSG닷컴의 매출은 매년 20%가량 증가하며 2021년에는 1조4천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 사업부 전체 비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에 더해 이마트는 2021년 3조4천억원에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했다. 이베이코리아가 국내 온라인유통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 수준이다. 이마트의 기존 온라인 매출과 이베이코리아의 매출을 합치면 국내 2위로 올라서게 된다. 또한 합병으로 인해 이마트 내에서의 온라인 매출 비중이 50%를 넘어서게 된다. 오프라인에서도 트레이더스, 스타필드, 노브랜드 등 다양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마트 매장. 이마트 주가는 계속 우하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타까운 점은, 최근 몇 년간 영업이익이 하향세를 그려왔다는 것이다. 이마트 영업이익의 최고점은 2017년이었다. 이커머스가 유통업 전면에 등장하기 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당시 이마트는 584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주가가 30만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이후 영업이익이 지속해서 감소해 2021년 3168억원까지 내려왔고, 2022년 1분기의 영업이익은 345억원으로 연간으로 환산하면 1500억원 수준이다. 이에 주가는 몇 년째 우하향해 현재 10만원을 간신히 지키고 있다.
월마트는 미국의 오프라인 기반 유통업을 담당한다. 오프라인 유통업에서는 단연 1등이다. 후발 주자인 코스트코, 타깃 등의 매출을 합쳐도 월마트의 매출을 당해내지 못한다. 월마트는 몇십 년간 미국인들의 주말을 책임지는 곳이었다. 덩치 큰 픽업트럭을 몰고 집 근처 월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가는 것은 영화에서조차 자주 묘사되는 장면이다.
2010년대 이후 이커머스의 등장으로 월마트는 고전하게 된다. 온라인 진출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월마트는 아마존의 공세에 휘청였다. 2021년에는 사상 최초로 아마존의 매출이 월마트의 매출을 넘어서기도 했다. 실제로 2000년대 중반부터 약 10년간 월마트의 주가는 횡보를 거듭하기만 했다.
그러나 월마트의 저력은 ‘자기가 가장 잘하는 것’을 아는 것이었다. 월마트가 가지는 독보적인 장점은 미국 어디에나 있다는 것이었다. 월마트의 미국 내 점포 수는 4745개로, 90%의 미국인이 월마트가 있는 곳에서 10마일 이내에 거주한다. 월마트는 바로 이 점에 착안했다. 아마존이 줄 수 없는 오프라인의 힘을 더욱 강화하며, 온라인 사업에서도 차근차근 아마존을 따라가는 전략이다.
이는 한국과는 다른 미국의 특성에도 기인한다. 한국은 이커머스 사업이 쉽게 발전할 수 있는 환경에 있다. 작은 영토가 가지는 장점인 짧은 거리의 유통망은 ‘새벽배송’ 같은 고객 편의를 가져온다. 하지만 미국은 다르다. 쇼핑 플랫폼의 철저한 관리와 정교한 유통망 구축 없이는 쉽사리 이커머스 사업이 성장하기 어렵다.
월마트의 전략 중 하나는 거대 오프라인 매장을 구축해 그곳에서 소비자 편익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몇 마일쯤은 차로 가는 것이 일상적인 미국인들에게 ‘익숙함’이라는 가치를 제공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또한 차근차근 온라인 사업으로의 전환도 준비했다. 고객이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실제 매장에서 픽업하는 시스템 등을 개발했다. 월마트 매출 중 온라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급격하게 커졌고, 미국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도 아마존의 뒤를 이은 2위를 차지했다.
이에 월마트의 영업이익은 2018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13년에 약 33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뒤 2018년 24조원 수준까지 감소했다가 현재는 30조원을 다시 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2013년 당시 주가는 70달러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130달러 수준이라는 것이다. 주가가 미래 기업의 기대를 담는 것이라고 볼 때, 투자자들은 월마트가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이마트는 전통적인 유통업자 지위에서 이커머스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위상을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아마존의 방식, 스타필드·트레이더스 점포 신설은 월마트의 방식으로 보인다. 어떤 방식이 이마트의 미래 전략에 가장 잘 맞는지는 지금 재무제표만으로는 알 수 없다. 다만 주주 또는 투자자의 시선으로 보지 않더라도, 유통업의 성장은 우리 삶에 직접적인 편리함을 높인다. 이마트의 쇄신 노력의 과정과 결과, 그에 맞서는 경쟁자들의 전략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찬호 공인회계사 Sodohu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