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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인사의 출연은 매체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요즘 정·재계 고위직은 전통적인 언론사보다 유튜브 채널인 <삼프로티브이(TV)>의 서울 여의도동 스튜디오를 찾는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한 주요 후보 5명이 모두 <삼프로TV>와 인터뷰했다. 최근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물론,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도 <삼프로TV>에 출연했다. 유튜브 방송이 기존 언론을 위협할 만큼 쑥쑥 성장한다는 의미다.
<삼프로TV>는 3명의 ‘프로’가 진행하는 유튜브 경제전문 채널이다. 증권회사 출신 김동환, 기자로 일했던 이진우, 방송인 정영진이 2019년 1월 유튜브 방송을 처음 시작했다. 이 채널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이브로드캐스팅은 김동환 사내이사, 이진우·정영진 공동대표이사 체제다. 여기에 2021년 6월 경제·금융 유튜브 채널인 <슈카월드>의 전석재(슈카)가 새 공동대표이사로 합류했다.
<삼프로TV>의 2022년 9월 중순 현재 구독자 수는 205만 명, 영상 누적 조회수는 7억4천만회에 이른다. 한 달에 평균 1600만명가량(중복 포함)이 이 채널을 봤다는 의미다.
<삼프로TV>가 이처럼 급성장할 수 있었던 건 코로나19로 인한 주식시장 호황과 ‘대세 매체’로 자리잡은 유튜브 플랫폼 때문이다.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들을 위한 정보 채널로 출발해 지금은 경제 전반으로 방송 영역을 넓혔다. 평일 아침 6시30분부터 밤 10시30분까지 매일 9시간30분 동안 생방송한다. 방송 시간만 보면 대형 방송사 못지않다.
유튜브 채널이라고 만만하게 보면 큰코다친다. <삼프로TV>가 국내의 어느 방송사, 신문사보다 ‘알짜 회사’이기 때문이다. <삼프로TV>를 운영하는 이브로드캐스팅은 성장성, 수익성, 안정성 모두 기존 언론사보다 낫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21년 말 펴낸 ‘2021 신문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2020년 국내 전체 종이·인터넷 신문의 매출액은 약 4조원이다. 2011년보다 매출이 오히려 소폭 줄며 사실상 성장 없는 10년을 보냈다.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역성장한 셈이다.
반면 이브로드캐스팅 매출액은 2018년 0원에서 2020년 51억원, 2021년 148억원으로 늘었다. 2021년 매출액 증가율은 전년 대비 약 190%다. 회사가 보유한 자산도 2020년 말 129억원에서 2021년 말 274억원으로 1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물론 신생기업(스타트업)인 만큼 외형 성장은 당연할 수 있다.
이보다 입이 벌어지게 하는 건 수익성이다. 코로나19 시기 적잖은 스타트업이 적자를 감내하며 이용자 수와 시장점유율, 매출을 끌어올리는 이른바 미국 ‘유통 공룡’ 아마존의 성장 전략을 따라 했다.
<삼프로TV>는 다르다. 2021년 매출액 148억원, 영업이익 75억원으로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이 약 50%에 이른다. 방송 콘텐츠 판매로 회사에 100만원이 들어오면 그 절반인 50만원이 마진으로 남는 셈이다.
이처럼 높은 수익성의 비밀은 ‘원가’에 있다. 현재 <삼프로TV>의 주 수입원은 영상 콘텐츠 조회수와 시청 시간 등을 바탕으로 유튜브가 지급하는 광고 수익과 자체 협찬 수익이다. 광고매출 비중이 크다는 건 기존 언론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2021년 매출액 2907억원, 영업이익 3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에 불과하다. <조선일보> 매출액에서 기자 인건비 등 매출원가(제조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66%(1907억원)다. 매출원가에서 급여·퇴직급여·복리후생비로 나간 금액만 645억원이다.
<삼프로TV>는 어떨까? 2021년 발생한 매출원가는 전체 매출액의 1%도 안 된다. 이는 콘텐츠 생산에 기여하는 출연자를 직접 고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사를 직접 고용하지 않는
차량호출 서비스 업체 우버(Uber)의 모델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출연료는 판매비와 관리비 등에 반영하지만, 전체 매출의 50%를 넘지 않는다. 직접 고용하지 않기에 인건비를 대폭 감축시킬 수 있다. 이것이 <삼프로TV>가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이유다.
2021년 말 기준 이브로드캐스팅의 보유 현금(현금성 자산 포함)은 약 90억원, 전체 차입금은 4억원 정도다. 돈 나갈 데가 없으니 이익이 회사에 고스란히 쌓인다.
증권시장 상장을 준비하는 이 회사의 기업가치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급이라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물론 이는 과장에 가깝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한국경제TV와 와이티엔(YTN)의 시가총액이 현재 1400억~1500억원이다. 만약 <삼프로TV>가 시총 1조원을 인정받는다면 이 회사의 주가수익비율(PER·시가총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배수)은 2021년 순이익(66억원) 기준으로 무려 152배가 된다. 자율주행 전기자동차를 앞세운 미국 테슬라(2021년 말 기준 PER 181배)에 버금가는 고평가를 받는 셈이다.
최근 시장 상황도 <삼프로TV> 쪽에 우호적이지 않다. 증시가 꺾이며 핵심 구독층인 개인투자자들의 호응도 예전 같지 않아서다. <삼프로TV>가 단순 증권 정보 제공을 넘어 경제 전반을 다루는 방송, 출판, 강연, 교육 사업 등으로 외연을 넓히는 것도 이런 외부 환경의 변화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성장 스토리’가 필요한 셈이다.
<삼프로TV>는 그 역할과 기능, 사업 구조 등 여러 면에서 기존 언론사와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다만 확실한 건 제자리걸음 하는 기성 언론을 긴장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이 좋은 자극제가 되길 바란다.
찬호 공인회계사 Sodohu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