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제조업 경기 봄볕 드나

공구·기계 쪽 불씨 살아나…“상생정책 심리적 효과”
낙관론·과장해석 경계…환율 하락·유가 여전히 변수

“정부나 대기업쪽에서 부쩍 ‘상생’ 이야기를 하는데 미덥진 않지만 심리적인 효과는 있겠지요. 환율·납품가 인하 압력 등 곳곳에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지만, 지난해에 비하면 중소제조업 경기가 조금 살아나는 것 같아요.”

중소제조업에 낀 살얼음이 다소 풀리는 게 아니냐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 살리기에 정책의 무게가 실리고 국제 경기가 나쁘지 않아, 실물지표 및 심리적 지표가 조금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전체 중소제조업 경기에 선행하는 성격을 갖는 공구·금형·공작기계·전자 쪽에서 봄볕이 서서히 들고 있다.

5일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중소제조업 경기국면지수 전망치’를 보면, 지난해 102~103 수준에 머무르던 지표가 올해 3월 이후 104.1을 계속 웃도는 수치를 보이고 있다. 경기국면지수 전망치는 고용·재고·자금 등에 대한 경영환경지수를 활용해 산출한 것으로 지난해 12월 경영 환경 지수는 99.2를 기록한 바 있다. 이 지수는 설문조사에 의존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달리 통계청·한국은행 등의 통계에 기초해 작성되며, 100을 넘으면 이전보다 업황이 나아진다는 신호이다.

심리적 지표도 바닥 수준을 벗어났다. 최근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가 15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3월 ‘중소제조업 업황전망 건강도지수(SBIH)’는 91.6으로, 전월대비 3.5포인트 상승했다. 아직 기준치 100을 밑돌고 있지만 지난해말과 올초에 견줘서는 호전되는 추세이다. 항목별로 보면 생산(89.9→98.2), 내수(87.9→96.4), 수출(91.0 →94.2), 자금조달사정(84.4→87.4)등 전부문에서 상승세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파급효과가 큰 공구·금형·기계 쪽에서 ‘불씨’가 살아나고 있고, 정보통신(IT) 관련산업에서 생산량을 늘리는 추세에 주목한다. 국내 제조업을 주요 수요층으로 하는 공구업계의 경우, 텅스텐을 비롯한 원·부자재 수입비용이 갑절 가까이 뛰었지만, 올해 매출목표는 20% 가량 높여잡고 있다. 또 이동통신 대기업에 납품하는 금형쪽 중소기업들도 기술력 향상으로 꾸준한 수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자공업협동조합의 정명화 이사장은 “시장이 살아났다고 볼 순 없다”고 낙관론을 경계하면서 “다만 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부품 등에 선별적 투자가 이뤄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부 지표에서 회생조짐을 보인다 해서 과장해석해선 안된다며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오랜 침체에 따른 일종의 ‘기술적 반등’일 수 있는데다, 환율하락이 지속되면 중소기업 수출전선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현대차의 납품단가 인하압력에서 보듯, 최근 대기업들의 ‘상생’ 목소리가 ‘립서비스’에 그칠 가능성도 높다. 중소기업연구원 김세종 박사는 “겨울이 지났는데도 유가가 떨어지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주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