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당경쟁·가격하락 먹구름
“3분기엔 값 회복” 낙관론도
“3분기엔 값 회복” 낙관론도
“과당 경쟁으로 인해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다.”(가트너) “디지털 기기의 확대로 꾸준한 성장세가 예상된다.”(골드만삭스)
모바일 기기의 핵심 저장장치 가운데 하나인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을 놓고 외신은 물론 시장조사기관 사이에서도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수요처가 과거 개인용 컴퓨터(PC) 일변도에서 모바일과 디지털 기기로 다양해지면서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이 초호황세를 누려왔으나, 최근 경쟁 격화와 가격 하락 등으로 어두운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쪽은 대체로 새로운 경쟁자들의 등장으로 인한 과잉공급 때문에 낸드플래시 가격이 폭락하고 높은 수익성도 점차 고갈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데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런 암울한 전망은 지난해 11월 인텔과 마이크론 테크놀러지가 서로 합작해 낸드플래시 사업에 뛰어들면서 더 커져가고 있다. <로이터>는 최근 보도에서 가트너 등 전문기관의 말을 인용해 “인텔과 같은 새로운 경쟁자의 시장 진입으로 경쟁 격화에 직면하면서 사업 환경이 매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세계 2위 업체인 도시바의 생산라인 증설 움직임과 소니가 차세대 멀티미디어 기기에 낸드플래시 대신 하드디스크(HDD)를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돌면서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는 더 확산되고 있다.
이런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가장 타격을 받는 곳은 우리나라 업체들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가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1위의 메모리 생산업체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낸드플래시로만 57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전체 반도체 매출의 3분의 1을 낸드가 채우고 있는 셈이다. 세계 3위 업체인 하이닉스는 매출의 40%가 낸드플래시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대개 1년 정도 지나면 40% 정도 떨어진다. 3월 초 현재 1기가 기준으로 낸드플래시 가격은 5.1달러다. 1년 전 8.1달러에 견주면 37%나 낮아졌다. 이와 반대로 같은 기간 시장규모는 40%나 커졌다. 반도체 생산업체들은 시장규모가 커질수록 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상쇄하는 효과를 얻는다고 말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낸드플래시 시장은 매년 40~50%씩 가격이 떨어지면서 동시에 시장이 확대돼 왔으며, 원가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수익성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시장의 우려를 과잉 반응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삼성전자·도시바·하이닉스 등 상위 3위 업체가 이미 낸드플래시 시장의 90% 가까이를 장악하고 있는 데다 각종 모바일 기기의 진화로 낸드플래시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 주장의 근거다. 여러 변수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장조사기관은 낸드플래시 시장이 지난해 100억달러에서 3년 뒤 250억달러로 2.5배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창원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수급 문제에다 계절적 요인이 겹쳐 2분기까지 가격하락 추세가 이어지다가 3분기부터는 휴대전화와 같은 모바일 기기의 수요에 힘입어 상승세로 돌아설 전망”이라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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