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면
지엠 스즈키자동차 지분 20% 매각설 나돌아
지엠대우도 영향…북미 수출전선 구멍 생길 듯
지엠대우도 영향…북미 수출전선 구멍 생길 듯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일본 쪽에서 뚜렷한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영위기를 맞고 있는 지엠이 일본 자동차 회사들과 자본제휴를 끊거나 1990년대 후반부터 추진한 공동 판매와 공동 연구개발 사업을 중단할 방침이다. 이런 상황은 지엠 글로벌 네트워크의 한 축인 지엠대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6일 일본 스즈키자동차가 지엠그룹이 자사에 출자한 지분 20% 가운데 17%를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스즈키자동차는 지엠그룹이 내놓을 자사 지분을 시장에서 사들이는 한편, 지엠대우차의 지분 14.9%는 매각할 방침이다. 스즈키가 지분을 팔 경우 지엠그룹 전체가 가진 지엠대우차 지분은 기존 70.1%에서 지엠 44.6%, 상하이자동차 10.6% 등 55.2%로 줄어들게 된다. 산업은행은 29.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지엠대우는 북미시장에서 스즈키 상표로 차를 팔고 있어 이 지역 수출전선에도 구멍이 생기게 된다. 지엠대우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칼로스를 스즈키의 ‘스위프트+’로, 라세티를 ‘포렌자’, 매그너스를 ‘베로나’라는 스즈키 상표로 이름을 바꿔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지엠대우 관계자는 “지엠대우에서 만드는 중소형차들은 북미지역에서 지엠의 시보레 상표로도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지엠과 스즈키가 결별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지엠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 흐름이 스즈키와의 결별로 이어졌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또 미국 내 주주들로부터 90년대부터 추진해 온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이 ‘과잉 확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다 유동성 확보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지난달 말 지엠의 신용등급을 ‘B1’에서 ‘B2’로 한 단계 낮춘다고 발표했다. ‘B2’는 투자적격 등급에서 5단계나 아래 있는 등급이다. 게다가 무디스는 지엠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못박아 앞으로도 더 낮출 가능성이 있다.
지엠은 지난해 114억달러의 적자와 부채 누적, 이에 따른 신용등급의 추락을 벗어나고자 미국에서 대대적인 비용절감을 추진하면서, 한편으로는 90년대에 투자했던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주식을 계속 팔고 있다. 당장 임자를 찾아 팔 수 있는 자산이 일본차 주식들이기 때문이다. 지엠은 쓰바루 메이커인 후지중공업 주식을 지난해 10월 도요타에 전량 매각한 데 이어 이쓰즈 주식도 처분하기로 했다. 마지막 남은 스즈키는 일본에서 네번째로 큰 완성차 회사다. <니혼게이자이>는 지엠이 보유한 스즈키 지분 20%의 시장가치를 약 25억달러로 추산했다. 최근 지엠은 도요타 자동차와 99년부터 추진해 온 차세대 연료전지차 공동 연구개발 사업도 중단하기로 했다.
지엠의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은 일본 자동차 회사들과 손잡고 세계 자동차 업계의 절대강자 자리를 확고히한다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이제는 일본 자동차 업체에 출자했던 자본을 모두 회수해 우선 미국에서 회사로 생존하는 일에 집중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