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세무조사 규정 첫 공개
“세무조사를 ‘엿장수 맘대로’ 하는 게 아닙니다.”
국세청이 그동안 외부에 비밀로 했던 세무조사 운영의 기준이나 절차, 방법 등을 공개했다. 지금껏 세무조사의 ‘보안’을 이유로 정보공개에 소극적이던 국세청이 “조사자 마음대로 세무조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납세자들의 뿌리깊은 불신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국세청은 6일 “사상 처음으로 ‘조사사무처리규정’을 외부에 공개한다”면서 “납세자 권익보호와 조사공무원 재량권 통제가 보다 투명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세무조사를 대비하려는 납세자들은 언제든 국세청 홈페이지(www.nts.go.kr)에 접속한 뒤 ‘국세정보서비스→법령정보→훈령’을 찾아 들어가면 120페이지 분량의 ‘조사사무처리규정’을 내려받을 수 있다. 이 규정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으면 세무공무원의 규정 위반에 대해 이의 제기가 쉽고, 세무조사 전에 미리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공개된 규정의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소규모 납세자에 대한 조사기간이 정해져 있는 게 눈의 띈다. 100억원 미만 법인은 15일, 10억원 미만 개인은 7일이다. 조사기간을 연장하려면 납세자보호담당관의 심사와 관서장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납세자는 조사권 남용에 대한 이의제기를 담당 조사자가 아닌 납세자보호담당관에게 할 수 있다. 이후 외부위원이 참여하는 과세품질혁신위원회에서 공무원의 규정 위반이 확인되면 해당 공무원은 조사 분야에서 퇴출 등 징계조처를 받게 된다.
중복조사 방지를 위해 과거 조사내용은 전산관리하게 되며, 세무서는 조사 통지서에 구체적인 조사내용을 기재해야 한다. 조사 시작 때에는 앞으로 언제쯤 조사 진행상황을 알 수 있는지도 미리 알려줘야 한다.
세무조사반 구성원의 절반 이상을 1년 이상 같은 조사반에 편성할 수 없도록 해 조사를 둘러싼 비리 가능성을 줄였다. 다만 세무조사 회피에 이용되는 평가기준이나, 외부의 청탁이나 압력에 노출될 우려가 있는 보고·승인체계와 조세범칙조사심의위원회 구성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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