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경기 지표가 2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제조업 생산이 5개월 만에 반등했지만, 서비스업과 소매 판매가 일제히 뒷걸음질하며 소비 위축이 현실화하고 있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22년 1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국내 전체 산업 생산 지수는 한 달 전에 견줘 0.1% 상승했다. 올해 7월부터 넉 달 연속 하락하다가 5개월 만에 소폭 반등했다.
그러나 세부 지표를 보면 낙관적이지 않다. 제조업 등 광공업 생산이 0.4% 늘며 지수 반등을 이끌었다. 제조업과 광공업 생산이 증가세를 보인 것도 다섯 달 만이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개선, 기계 설비 주문 확대 등으로 자동차와 기계장비 생산이 각각 9%, 6.4% 증가했다. 반면 반도체 생산은 세계 경제 침체 우려로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제품 수요가 줄면서 11%나 급감했다.
내수엔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달 국내 서비스업 생산은 0.6% 줄며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자영업자 체감 경기와 직결되는 숙박·음식점 생산이 4% 줄어들었다. 지난해 12월(-10.9%)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소매 판매도 1.8% 줄며 석 달 내리 뒷걸음질했다. 11월에는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로 겨울철 의류, 난방 제품 판매가 예전만 못했다. 또한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소매 판매 감소에) 이태원 참사 영향이 없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설비 투자는 1% 늘며 2개월 연속 증가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경기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1.7으로, 지난달 0.7포인트 내리며 7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한 게 눈에 띈다. 하락폭은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2020년 5월(-0.8포인트) 이후 30개월 만에 최대다. 경기가 본격적으로 꺾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6∼9개월 뒤 경기 상황을 예고하는 경기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99.0으로, 0.2포인트 내리며 5개월 내리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어 심의관은 “지난달 코로나19 치료제와 자동차 등의 생산이 증가하면서 공공행정 및 광공업 생산이 늘었고, 오랜만에 전체 산업 생산도 증가세로 전환했다”면서도 “(경기) 호조세라고 보긴 어렵고, 서비스업과 소매 판매가 감소하는 등 경기 흐름이 약해지는 모습이다”라고 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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