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인구의 비중이 1%포인트 늘면 재정지출의 경제성장 효과는 6% 가까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 시대에는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은 재정 건전성을 미리 강화해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2일 한은이 발표한 조사통계월보 ‘인구구조 변화의 재정지출 성장효과에 대한 영향 분석’을 보면, 고령인구 비중이 1%포인트 늘면 재정지출의 경제성장 효과는 5.9%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거시재정팀이 2004~2022년 1분기 데이터를 이용해 재정지출이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에 주는 충격을 분석한 것이다. 고령인구 비중은 20살 이상 대비 65살 이상 인구의 비중을 가리킨다.
특히 한국은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한국 고령인구 비중은 2010년 14.0%에서 2021년 20.1%로 늘었다. 고령화라는 요인만 놓고 보면 11년 만에 재정지출의 성장 효과가 36.0% 줄어든 셈이다. 같은 규모의 재정 투입 때 2010년에는 1인당 국내총생산이 1만원 늘었다면, 2021년에는 6400원만 증가한다는 얘기다. 다만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 증가 등은 반영되지 않은 분석인 만큼 실제 감소 폭은 이보다 양호할 수 있다.
고령화가 재정지출의 성장 효과를 약화시키는 경로는 3가지로 추려진다. 일단 노동공급이 줄기 때문에 재정지출의 고용 증대 효과가 약해진다. 고령층은 아이티(IT) 친화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재정지원 확대로 기업들이 투자를 늘려 새로운 설비를 들여놓으면 자연스레 일자리도 늘어야 하는데, 새 설비를 다루기 힘든 고령인구가 많을수록 고용 증대 효과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고령층의 소비성향이 낮고 하락 추세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정부가 돈을 풀어도 예전만큼 소비가 늘지 않기 때문이다. 가계금융복지조사 데이터로 계산한 결과, 가구주가 60대 이상인 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은 2019년 55%에서 2021년 53%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으로 40대(60%)에 비해 많이 낮다. 평균소비성향은 처분가능소득 중 소비지출액의 비중을 가리킨다.
정부가 재정 여력을 확보해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 거시재정팀은 “복지지출 증가 등으로 재정부담이 크게 증대되는 가운데 재정지출의 성장 효과마저 감소하는 것”이라며 “경기가 안정적일 때 선제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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