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관들 ‘애국’ 깃발아래 케이티엔지쪽 결집
아이칸 등 외국제도 말만 무성 ‘투기’ 혐의 자초
기업가치·주주이익 관점서 주총 의결권 던져야
아이칸 등 외국제도 말만 무성 ‘투기’ 혐의 자초
기업가치·주주이익 관점서 주총 의결권 던져야
케이티앤지 사태가 국적 자본 싸움으로 변질돼 가는 모양새다. 몇몇 국내 은행·기관투자가들은 케이티앤지 쪽을, 외국 기관·주주자문사 등은 아이칸 쪽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이익 극대화라는 본질은 배제된 채, 이른바 ‘외국 투기자본’과 ‘토종 애국자본’의 싸움인양 비쳐지게 됐다. 일부 재계와 보수 언론이 조장한 경제 애국주의적 시류와 무관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 대전지법 제10민사부(재판장 권순일 수석부장)는 14일 아이칸 쪽이 제기한 ‘케이티앤지 주주총회 결의 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해, 17일 주총은 그대로 열리게 됐다. 최근 케이티앤지 쪽이 밝힌 대로 아이칸 쪽 사외이사 1명이 선임되는 선에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백기사 대 흑기사 싸움 변질=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 13일 ‘케이티앤지 성장위원회’(성장위)를 꾸렸다. 두 은행은 케이티앤지 실사를 거쳐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케이티앤지 쪽 백기사로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업은행은 케이티앤지 국내 최대주주이고, 우리은행은 계열사인 우리자산운용이 일부 지분을 갖고 있다. 30여 자산운용사들도 일제히 케이티앤지 쪽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공시를 냈고, 국민연금도 14일 케이티앤지 지지를 결정했다. 앞서 케이티앤지 최대주주인 프랭클린 뮤추얼은 아이칸 등으로 결성된 ‘케이티앤지 가치 실현 위원회’(가치위) 쪽 안을 찬성하겠다고 밝혔다. 아이에스에스 등 미국 주주자문사 2곳도 가치위 쪽 사외이사를 지지하라고 주주들에게 권고했다. 이에 따라 일부 외국 주주들은 가치위 쪽으로 표심이 기울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토종은 애국? 외국은 투기!=그러나 ‘토종자본론’ 등을 주창해온 성장위 쪽 움직임이 이분법적 논리를 퍼뜨릴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두 은행의 움직임은 보유 자산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시대적 흐름과 배치되며 자칫 반 외국자본 정서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며 “외국계 자본은 투기자본이라 악이고, 토종자본은 애국적 투자자본이라 선이라는 이분법적 논리가 퍼질 것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가치위의 행보도 비판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실제로는 공개매수에 나서지 않고, 공개매수가 예상되는 ‘움직임’만 취해 단기적인 주가상승만 노려온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아이칸 쪽은 공개매수 뉘앙스를 풍기는 편법으로 주가를 흔들고 있다”며 “이런 행태 때문에 투기만 일삼는 자본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경영 능력·성과 판단이 본질=전문가들은 케이티엔지 사태를 국내외 자본 간 싸움으로 보는 시각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문제의 본질은 케이티앤지 경영진이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이익 환원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방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케이티앤지는 공익적 성격도 없고 전략산업도 아니므로 주주들의 이익을 최우선 기준으로 해서 케이티앤지 경영진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이 본질”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국내은행, 자산운용사, 국민연금이 토종자본과 외국자본의 싸움이라는 시각에서 케이티앤지 경영진을 무조건 지지하는 것이라면 시장경제질서에 위배되는 것은 물론 위탁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지켜야 할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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