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 갖다대면 결제
이통사 “새 수익모델 창출”
카드사 “사업영역 뺏길라”
이통사 “새 수익모델 창출”
카드사 “사업영역 뺏길라”
‘신용카드칩 심은 휴대전화’ 새 서비스 도입 휴대전화에 신용카드칩을 심는 새로운 결제방식을 놓고 신용카드 회사들과 이동통신사들의 물밑 신경전이 뜨겁다. 최근 도입된 이 서비스는 교통카드처럼 결제 단말기에 휴대전화를 접촉해 고객이 직접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승인과 동시에 결제 내용이 휴대전화로 전송되는 새로운 형태다. 예전에도 카드를 휴대전화에 꽂아 단말기에 대면 전표가 출력되는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가 있었다. 하지만 이보다 절차도 간편해졌고, 비밀번호를 직접 입력하기 때문에 휴대폰을 잃어버려도 카드처럼 부당하게 사용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카드회사들과 이동통신 업계는 휴대전화와 신용카드가 융합된 이 서비스가 장기적으로는 신용카드 시장의 ‘블루오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은 이미 포화상태인 내수시장에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고 싶어하지만, 카드사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빼앗기는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어떤 서비스인가?
고객이 카드사에 서비스를 신청하면 카드사에서는 ‘손톱보다 약간 큰’ 칩을 개인에게 배송한다. 이를 휴대전화 배터리 안쪽에 끼우면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 현재 보급된 휴대전화 3800만대 가운데 칩카드 사용이 가능한 휴대전화는 800만대에 이른다. 이 휴대전화는 2004년부터 부분적으로 보급됐다. 또 3월부터 나오는 휴대전화는 대부분 이런 기능을 포함하고 있어 손쉽게 이용이 가능하다. 가맹점에서 물건을 구입한 뒤 결제 단말기에 휴대전화를 갖다대고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결제 즉시 카드사의 승인 내역이 휴대전화 화면으로 전송된다. 이 밖에 휴대전화로 청구서나 카드이용 내역, 포인트 조회를 할 수 있고, 휴대전화로 검색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내장된 카드로 결제할 수도 있게 된다. 카드사 관망, 통신사는 적극적으로
시장 선점에 공격적으로 나선 곳은 삼성카드다. 삼성카드는 최근 마스타카드와 손을 잡고 이동통신 3개사와 제휴 계약을 맺었다. 휴대전화에 심는 칩을 통신사가 구입해주고 업소에 깔리는 결제 단말기까지 부담하는 대신 카드사가 이용수수료를 내는 형식이다. 휴대전화 1대에 1개의 카드만 심을 수 있고, 요즘엔 포인트 적립 등을 이유로 카드 1개를 몰아서 사용하는 추세라는 점 때문에 한발 앞서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카드가 “통신사와 카드사의 윈윈전략”이라고 내세우는 반면 다른 카드사들은 이런 계약 방식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카드시장이 휴대전화와 융합되더라도 카드칩과 단말기가 모두 통신사 소유가 될 경우 주도권을 잃게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한 카드회사 실무자는 “현재는 통신사들이 신용카드 쪽 진출을 위해 비교적 싼 수수료를 제시하고 있지만, 서비스가 일반화되면 통신3사가 수수료를 올려도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현재 카드 신용구매 수수료가 낮고 중개사업자에게 수수료를 줘야 하는데, 통신사한테까지 수수료를 주면 뭘 먹고 사냐”는 냉소적 시각도 있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카드거래 정보를 통신사에서 접근할 수 없지만, 통신사들이 카드거래 정보를 활용해 다른 사업을 하고 싶은 유혹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이동통신사들은 상당히 적극적이다. 과거 휴대전화 결제시장이 단말기 부족으로 고전했지만, 이번엔 통신3사가 공동으로 투자해 올 상반기까지 15만개의 단말기를 가맹점에 보급하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과거 전북은행 인수를 통해 카드사업 진출을 추진했던 에스케이텔레콤은 지난달에 오케이캐쉬백을 카드사업으로 등록하는 등 호시탐탐 카드시장을 노리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이동통신사들은 가입자가 워낙 많고 활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많다”며 “이들이 밀고 들어오면 카드사들로서는 당연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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