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로 마누엘 사시아 산토스 유럽 윤리적대안은행 및 금융기관연합회(FEBEA) 회장.
고객이 맡긴 돈을 윤리적인 곳에 투명하게 사용하는 특별한 은행, 돈과 이익보다 인간과 사회,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윤리적 대안 은행과 금융기관들이 존재한다. 유럽은 일찍이 기존 금융의 한계를 윤리 은행(ethical bank) 등 대안적 금융 시스템으로 보완해 왔다. 네덜란드의 트리오도스(Triodos), 독일의 지엘에스(GLS), 이탈리아의 방카에티카(Banka Ethica) 등이 대표적이다.
오는 25~26일 이틀 동안 서울 명동 일대에서 열리는 ‘2023 사회적금융포럼’ 기조발제자 페드로 마누엘 사시아 산토스 유럽 윤리적대안은행 및 금융기관연합회(FEBEA) 회장을 전자우편 인터뷰를 통해 미리 만났다. 질문과 답변은 4월27일과 5월4일 주고받았다.
- ‘유럽 윤리적대안은행 및 금융기관연합회’(FEBEA)는 어떤 곳인가?
“유럽 윤리적대안은행 및 금융기관연합회(이하 연합회)는 윤리적인 곳에 돈을 투자하는 6개의 윤리적 은행이 모여 2001년 설립됐다. 유럽의 사회적 경제 및 사회적·환경적·문화적 가치를 가진 프로젝트에 금융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16개국에 걸쳐 33개 금융기관을 회원으로 두고 있으며, 70만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윤리적 금융과 일반 금융기관의 윤리 실천은 어떤 차이점이 있나?
“윤리적 금융의 본질은 시민의 돈을 공동선(common good)을 실현하기 위해 투명하게 사용하는 데 있다. 시민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대출 및 금융 상품의 형태로 문화·사회·환경 프로젝트에 재분배한다. 무기 산업, 오염 산업 또는 시민사회에 피해를 주는 산업, 범죄 집단의 자금 등 애초에 지지하지 않거나 자금을 지원할 의사가 없는 활동의 자금은 거부한다.
재생에너지·노동자 기업인수·공동주택·취약계층 고용창출을 통한 사회통합·생태유기농업·무담보 소액대출 등 주류 금융 시장이 좀처럼 작동하지 않는 부문에 투·융자하며 사회 공공의 이익 달성을 위한 승수역할을 담당한다.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사회적·환경적·경제적 부가가치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사회적 경제 조직과 긴밀히 협력한다.”
-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해달라.
“1974년 협동조합은행으로 출범한 독일의 지엘에스 은행은 문화적·사회적·생태적 가치를 실현하는 프로젝트에 금융을 제공하고 있다. 1987년엔 독일 최초의 풍력발전소 사업에 자금을 제공했으며, 1991년 세계 최초로 풍력발전 펀드를 출시했다. 에너지 및 기후위기 극복·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주택 개량·보수 대출 등 재생에너지 분야가 지엘에스 투·융자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트리오도스 은행은 1968년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금융을 연구하던 은행가·경제학자·컨설턴트로 구성된 연구모임이 확대된 트리오도스 재단에서 시작됐다. 트리오도스 은행의 투자·대출 심사 프로세스의 첫 번째 기준은 대상기업의 지속가능성이다. 재무적 수익과 동시에 사회·문화·환경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가를 핵심 요소로 삼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윤리적 금융에 관한 법적 규정은 없지만, 개별 회원국인 이탈리아는 윤리적 금융 제공자에 관한 법률이 있다. 이 법률은 윤리적 금융 기관으로 정의하는 기관의 특성을 △모든 크레딧에 대한 ESG 평가 △모든 자금 조달 활동에 대한 정보 공개 △사회적 경제 프로젝트에 30% 이상의 재정 활동 투입 △배당금 분배 없이 수익은 자체 활동에 재투자 △주주 간 지배적 지위 없는 분산형 거버넌스 △최대 평균 급여 비율 10:1 미만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 연합회의 향후 계획은?
“사회적 금융의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유럽연합을 비롯한 국제기구 및 자선단체 등과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2023~25년 동안 사회적 금융 및 사회적 경제를 지원하는 100만유로 상당의 자금을 지원받아 회원들이 추가적인 재정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기후금융기금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2022~25년 동안 100만달러의 기금을 지원받았다. 이들 기금을 활용해 사회적 금융과 사회적 경제 부문의 발전을 촉진하는 회원기구들이 추가적인 재정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며, 유럽 및 기타 국제 주체들과 파트너십을 지속해나갈 예정이다.”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수석연구원
gobog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