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들 총 경유사용량의 0.5%만 섞어쓰기로
원료·제조업체 “사업유지 힘들고 업체마저 난립”
“혼합비 높이면 품질 저하…낮추면 취지 못살려”
원료·제조업체 “사업유지 힘들고 업체마저 난립”
“혼합비 높이면 품질 저하…낮추면 취지 못살려”
오는 7월1일부터 본격화하는 바이오디젤 보급 사업이 생색내기에 그칠 것으로 우려된다. 일반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바이오디젤 함유량이 0.5%에 불과해 ‘무늬만 바이오~’일 가능성이 크다.
바이오디젤이란 식물성 기름이나 동물성 지방 등으로 만든 자동차용 연료로, 화석연료인 경유와 섞어서 사용한다. 황산화물이나 벤젠을 배출하지 않고 완전연소하며, 미세먼지나 일산화탄소 배출량도 경유보다 훨씬 적어 유럽과 미국에서는 90년대 초반 보급 단계부터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5~20% 혼합한 제품이 공급돼왔다. 디젤자동차의 엔진 변경없이 경유와 혼합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상용화할 수 있는 대체 에너지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라 지난 2002년부터 3년 동안 시범사업이 추진됐으며, 올해 1월부터는 정유사가 일선 주유소를 통해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경유와 5%(BD5)까지 섞어서 판매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경제성을 갖출 수 있도록 바이오디젤에 대한 세금 감면도 관련 부처간에 합의됐다. 문제는 정유사가 바이오디젤을 ‘팔 수 있게 됐다’는 것일 뿐 적극적인 보급 의지가 없다는 점이다.
산업자원부는 지난 2일 에스케이, 지에스칼텍스 등 5개 정유사 사장단과 ‘바이오디젤 보급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체결해 오는 7월1일부터 보급에 나서기로 했다. 바이오디젤 원료공급업체와 제조업체들도 협약에 동참했다. 하지만 자율 협약에서 정한 바이오디젤 보급 계획은 앞으로 2년 동안 연간 9만㎘에 불과하다. 협약대로 앞으로 공급되는 모든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섞는다고 할 때 그 비율은 0.5%에 그치게 된다. 법적으로는 함유비율을 5% 이내로 정해놨지만 실제로는 그 10분의 1 수준에서 자발적 협약이 맺어진 것이다. 바이오디젤 업계와 환경단체들은 이런 ‘자발적 협약’에 대해 바이오디젤 사용을 꺼리는 정유사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오는 7월부터 정유사가 차질없이 바이오디젤을 일선 주유소에 공급하더라도 연간 판매 규모는 900억원 정도에 그친다. 정유사와 거래하는 바이오디젤 원료 및 제조업체들이 곳곳에서 생기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원료 및 제조 업체들이 사업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바이오디젤 공급업체로 등록된 회사만 9곳이고, 이를 차세대 유망사업으로 여기고 새로 진출하려는 업체들도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다. 시장은 쥐꼬리 만한데 벌써부터 사업자는 난립하는 양상이다.
바이오디젤 혼합연료를 사용했다가 차에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도 복병이다. 산자부는 기본적으로 ‘판매자 책임’이라고 못박고 있지만 정유사쪽은 “바이오디젤 자체의 문제라면 품질기준을 엄격히 하지 않은 정부나 원료공급자의 책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품질과 관련해 소비자 분쟁이 자주 발생할 경우 정유사들이 그나마 미미한 자발적 공급물량조차 거둬들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차 관계자는 “바이오디젤을 20%까지 섞어 사용한 시범사업에서 연료필터가 막혀 차가 갑자기 멈추는 등 몇가지 문제가 노출됐다”면서 “바이오디젤 혼합비율을 높이면 품질에 문제가 생기고, 반대로 0.5% 정도의 혼합비로는 바이오디젤의 친환경성을 살릴 수 없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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