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수사 촉각…SK, 김씨에 3차례 컨설팅 받아
삼성은 대우와의 빅딜 관여설…한화 두산도 입길
삼성은 대우와의 빅딜 관여설…한화 두산도 입길
“혹시 우리도…?”
현대자동차로 시작된 검찰 수사가 다른 기업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김재록(46·구속중)씨와의 인연이 조금이라도 있는 기업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속을 태우고 있다. 기업들의 불안감은 김씨가 국민의 정부 시절 폭넓은 인맥을 통해 기업 구조조정과 부실채권 매각 등에 깊숙이 개입했고, 검찰 수사도 이 과정에서의 비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4대 그룹의 한 임원은 29일 “검찰이 현대차와 비슷한 규모의 기업은 아니라고 했지만, 대기업 대부분이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구조조정과 빅딜을 거쳤기 때문에 마음놓고 있을 수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대기업 가운데 ‘마당발’ 김씨의 발길이 한두번이라도 닿은 곳은 에스케이와 삼성 등 손꼽히는 곳만 대여섯에 이른다. 김씨의 역할도 자동차 빅딜 중개부터 금융당국 조사 무마, 인수합병 물색 등 갖가지다.
가장 눈길이 쏠리는 곳은 2003년 초 분식회계로 총수가 구속됐던 에스케이그룹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을 비롯해 일부 계열사들이 1998~99년과 2003년 세차례 김씨가 이끄는 컨설팅 회사로부터 자문을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특히 2003년 초 에스케이네트웍스(옛 에스케이글로벌)의 대규모 분식회계 사건으로 그룹이 홍역을 치를 때 김씨로부터 컨설팅을 받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룹 쪽은 “정상적인 거래로,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룹 관계자는 “김씨가 일부 계열사의 컨설팅을 맡으면서 고위 경영진과 알았을 수는 있겠지만, 돈을 받고 사정당국의 조사를 대신 막았다는 설 등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자동차 빅딜 과정에 김씨가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시 대우와 빅딜을 진행했던 삼성에 대한 개입설도 나돈다. 삼성 출신의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99년 초 자동차 빅딜이 추진될 때 김씨가 중간에서 거들었는데, 제시된 거래 조건이 터무니없다고 판단한 삼성 쪽에서 김씨를 퇴짜놓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시 아더앤더슨 부회장이던 김씨의 기본구상은 대우가 삼성차를, 삼성이 대우전자를 각각 인수하는 방식이었다. 기업 가치를 정산해 서로 맞바꾸기로 한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시 두 회사를 평가한 컨설팅 기관도 전혀 다른 회사이고, 평가 과정도 김씨와는 상관없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밖에 정부의 신동아화재·대한생명 일괄 매각을 둘러싸고 정·관계 로비설에 나돌았던 한화그룹과, 옛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저가에 인수해 특혜 시비를 일으켰던 두산그룹도 다시 입길에 오르고 있다. 이들 기업은 하나같이 “문제 될 게 없다”며 거리를 뒀다. 두산은 “자산관리공사에서 대우종합기계와 같은 매각 기업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했을 것이고 우리는 입찰에 참여했을 뿐”이라며 “김재록씨와는 전혀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한화 관계자도 “맥킨지에 컨설팅을 맡긴 적은 있지만 아더앤더슨은 처음 듣는다”고 연루설을 부인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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