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임원 조사대상…국외공장 건설계획도 차질
현대·기아차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두 주력회사의 경영이 곳곳에서 삐걱거리고 있다. 핵심부서 임원들이 검찰에 불려갈 대상이어서 정상 업무를 할 수 없는 형편이고, 정몽구 회장이나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직접 참석해야 할 대내외 행사도 규모나 일정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기아차는 다음달 중 미국 조지아공장 기공식을 성대하게 열어 북미시장에서 기업이미지를 높이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었으나 검찰 수사 이후 행사 준비 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조지아 주정부에서 행사 참석자 명단을 빨리 통보해줘야 미국 쪽 정·관계 유력인사 초청대상을 섭외할 수 있다고 하는데…”라며 난감해 했다. 기아차는 검찰 수사 진행상황에 따라 4월 착공계획 자체도 불투명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도 지난달 28일 발표한 유럽공장 건설계획의 세부 일정 추진이 순탄치 않다. 실무급에서 체코 정부와 세부사항 합의절차를 모두 마치고 정몽구 회장이 직접 현지 방문을 해 양해각서에 조인하는 일정만 남겨두고 있다. 체코 정부는 대통령이나 총리가 참석하는 국가적 행사라는 점을 강조하며 현지 조인식에는 현대차에서도 예우를 맞춰 주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현대차 쪽에서는 “회장의 참석이 물리적으로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출국 자체가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라며 확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판매영업전선에서도 불길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 수출담당 관계자는 “국내 수사상황이 외신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바람에 현지 판매딜러들의 문의가 쇄도하는 등 수출전선이 동요하고 있다”며 “경쟁딜러들이 이런 상황을 악용해 네거티브 마케팅을 전개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내부적인 주요 경영현안 해결도 마찬가지이다. 현대차는 지난 28일 노조와 공장간 물량조정협상을 시작했지만 합의도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자금 조성과 불법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경영진에 대한 노조 쪽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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