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장관 추천으로 작년 12월 하나금융과 자문계약 협의
불법로비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김재록(46)씨가 현재 진행 중인 론스타의 외환은행 재매각 과정에도 개입하려 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씨는 2003년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씨와 하나금융지주 쪽은 지난해 12월께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인수자문 계약 체결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이에 앞서 전직 장관 출신인 ㅈ아무개씨가 하나금융지주 쪽에 김재록씨를 직접 추천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권 고위 인사는 “지난해 10월 론스타가 외환은행 재매각 작업을 시작한 직후, ㅈ 전 장관이 하나금융지주 쪽에 직접 전화를 걸어 김씨와 자문계약을 맺을 것을 추천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하나금융지주 쪽이 12월에 김씨와 만나 자문계약 의사를 물었는데, 김씨가 이미 국민은행 쪽과 자문계약을 맺은 상태라고 말해 성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교중 하나금융지주 사장은 “당시 김씨가 먼저 찾아와 외환은행 인수 관련 자문계약을 맺자는 제안을 했다”며 “ 이미 다른 곳과 계약을 맺은 상태여서 김씨의 요청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국민은행과 인수자문 계약을 맺었다는 말을 한 것에 대해 당사자인 국민은행 쪽은 부인했다. 김기홍 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은 “김씨를 만났으나 자문계약을 맺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 수석부행장은 또 “김씨가 외환은행 인수건으로 자문계약을 맺자고 먼저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국민은행이나 하나금융지주는 모두 김재록씨와 외환은행 인수 관련 자문계약을 맺지는 않았다고 부인했으나, 김씨와 자문계약 문제를 논의한 사실은 인정했다. 김씨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ㅈ 전 장관은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기억나지 않는다”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또다른 금융권 인사는 “김씨가 국민은행에 자문계약을 타진하다 지난 1월께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뒤 다시 하나금융지주 쪽에 자문계약 체결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씨가 하나금융지주 쪽 인사들이 보는 앞에서 직접 국민은행 쪽에 전화를 걸어 결별사실을 확인시키기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김씨가 두번째 계약체결 요청을 했으나 당시 검찰로부터 조사를 받았다는 점이 걸려 거절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2003년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할 당시에도, 대주주 자격이 없는 사모펀드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각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이헌재 전 재경부 장관과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 등을 무료로 참관시키는 등 정부와 금융계 실세들과 친분을 유지해 왔으며, 이 전 장관이 론스타의 법률 자문사인 김앤장의 고문으로 재직했던 점 등을 들어 외환은행 헐값매각 과정에 이들의 유착관계가 작용했는지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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