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매각 과정 유착 여부
고리 나오면 관·금융계 ’폭풍’
전 재경부 장관 줄줄이 인연
‘이헌재 사단’ 최근까지 접촉
고리 나오면 관·금융계 ’폭풍’
전 재경부 장관 줄줄이 인연
‘이헌재 사단’ 최근까지 접촉
‘금융 브로커’ 김재록씨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재매각 과정에서 유력 경쟁후보였던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 양쪽에 모두 자문계약 체결문제를 협의하고, 이 과정에서 전직 장관이 김씨를 추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김씨와 전·현직 정부 고위인사와 금융계 인사들과의 유착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김씨가 폭넓고 두터운 인맥을 활용해 외환은행 매각 등 굵직한 거래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검찰도 이 과정에서 불법 로비가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 추적 중이다. 김씨가 이런 인맥과 친분을 이용해 불법 로비를 저지른 점이 확인될 경우, 유착 의혹을 받아온 전·현직 금융계·정부 고위 인사들에게도 검찰 수사의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최대 쟁점으로 떠으르며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는 2003년 외환은행 헐값매각 과정에 김씨가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금융계와 관계에 한바탕 태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그러나 김씨와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고위 인사들은 하나같이 “김씨를 알고는 있으나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며, 로비를 하지도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어, 유착 의혹의 진실 여부를 놓고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금융권에는 김씨가 지난 99년부터 금융권의 권력으로 군림해 온 이른바 ‘이헌재 사단’과의 친분을 배경으로, 기업·금융회사의 인수·합병부터 은행장 추천, 대출 알선 등에서 실세 역할을 해왔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김씨의 인맥은 우선 금융권 엘리트 집단의 정점인 재경부 장관들에 닿아 있다. 이헌재 전 재경부 장관(3대·7대)은 2003년 외환은행 매각 당시 이를 인수한 론스타의 법률자문사인 김앤장법률사무소의 고문으로 재직했다. 또 김씨가 사석에서 이 전 장관을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친분을 과시했다는 점 때문에,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할 당시 이 전 장관과 ‘인수·합병의 달인’이라고 불리는 김씨의 관계에 관심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이 전 장관에 이어 재경부 장관에 오른 진념씨도 김씨와 두터운 친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진 전 장관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론스타의 회계법인인 삼정회계법인의 고문이었으며, 그가 기아자동차 회장으로 일할 당시 김씨는 기아경제연구소 임원이었다는 점이 유착 의혹의 고리다. 이헌재 사단의 인물로 알려진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현 보고펀드 사장)은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할 당시 금감위에 론스타에 대한 대주주 자격을 승인해 달라는 협조공문을 보낸 장본인이다. 당시 외환은행장이었던 이강원 케이아이씨 사장은 서울은행 인수를 추진하면서 김씨의 인베스투스글로벌에 인수 자문료 1억1천만원을 준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장이 외환은행장에 오를 당시 김씨가 추천했다는 소문도 있다.
김씨가 친분을 쌓아온 이·진 전 장관이 론스타의 법률·회계자문업체의 고문을 지낸데다, 론스타에 대한 외환은행 매각을 주도했던 변 양호·이강원 사장 역시 김씨와 친분이 있었던 점에 금융권은 주목한다. ‘외환은행 헐값매각’ 과정에 김씨가 개입하지 않았겠느냐하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이런 이유다.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2대 재경부 장관)도 지난 2000년 김씨의 주선으로 시드니올림픽을 참관한 사실이 드러나고, 김씨가 지사장으로 있던 아더앤더슨 한국지사에 자녀가 근무했던 점 때문에 유착 의혹을 사고 있다. 시드니올림픽 무료 참관에는 이헌재 전 장관과 오호수 전 증권협회장도 동석해, 김씨가 관계·금융계 실세들과 막역한 친분을 유지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진표 전 재경부 장관(6대)도 자녀가 김씨의 아더앤더슨 한국지사에 근무한 바 있다. ‘이헌재 사단’으로 분류되는 황영기 우리은행장과 박해춘 엘지카드 사장 역시 김씨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김씨는 우리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으면서 이를 알선한 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구속됐다. 우리은행의 자회사인 우리피이에프(PEF)는 김씨의 인베스투스글로벌에 자금조달을 맡긴 적이 있으며, 엘지카드 인수를 위해 인베스투스글로벌과도 자문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와 황 행장이 긴밀한 사업파트너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해춘 사장은 취임 당시 김씨와 이헌재 전 장관의 입김설에 곤욕을 치룬 적이 있으며, 최근까지 김씨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재 안창현 기자 seong6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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