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왼쪽에서 두번째) 삼성 전략기획실장(옛 구조조정본부장) 등 그룹 주요 사장들이 지난 2월7일 기자회견을 열어 8천억원 사회헌납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촘촘한 전략·나사형 조직 ‘관리의 삼성’
느슨한 전략…돌격형 조직 ‘힘의 현대자동차’
느슨한 전략…돌격형 조직 ‘힘의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이 귀국한 지난 8일 새벽, 인천공항 입국장은 현대차그룹 임직원들과 취재진이 뒤엉켜 한바탕 큰 소동이 벌어졌다. 현대차그룹이 총수 보위를 위해 200여명의 건장한 직원들을 동원해 취재진의 접근을 결사적으로 막은 점이나, 바깥 출구까지 두 줄로 통로를 만들어 몸으로 길을 낸 것은 마치 잘 훈련된 군대조직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2월 다섯달 만에 휠체어를 탄 채 유유히 입국한 이건희 삼성 회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텔레비전을 통해 정 회장의 입국을 지켜본 한 중견그룹 임원은 9일 “주인을 위해 길들여진 돌격대를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총수 일가의 검찰 소환을 앞둔 현대차그룹은 삼성그룹과 여러모로 대조된다. 삼성이 잘 짜여진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진다면, 현대차는 다소 엉성하지만 밀어붙이기에 능한 조직 스타일을 갖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관리의 삼성’, ‘힘의 현대차’로 비유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건희 회장의 일거수 일투족은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이 마련한 치밀한 계획에 따라 이뤄진다. 이 회장은 지난 99년 미국에서 폐암 치료를 받고 귀국할 때 부인 홍라희씨의 손을 다정하게 잡고 입국했다. 물론 사회적 이목을 고려해 구조조정본부가 짜놓은 각본에 의한 것이었다. 현대차그룹 직원들이 몸을 바쳐 충성 경쟁을 벌인다면 삼성그룹 직원들은 작은 나사처럼 정교하게 총수를 위해 움직인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두 그룹의 기업문화에서 오는 차이다. 그러나 주력 업종의 차이에서 오는 면도 무시할 수 없다. 삼성이 반도체와 휴대전화로 대표되는 정밀한 전자기기 중심 기업이라면, 현대차그룹은 자동차와 철강 위주의 거친 기업이다. 삼성의 조직문화는 매사에 치밀한 반면, 현대차는 다소 엉성할 때가 많다. 때로는 이런 빈 틈 때문에 현대차는 삼성에 견줘 오히려 “사람 냄새가 난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상대적인 이야기일뿐이다. 총수 중심의 황제경영이라는 큰 틀은 별반 차이가 없다.
기업문화만큼이나 총수들의 경영 스타일과 성향도 많은 차이가 있다. 현대차의 경우 총수의 절대권한과 카리스마가 특히 강한 곳이다. 이는 ‘왕 회장’(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영향이 크다. 정 회장은 특히 ‘2인자’를 두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삼성의 이학수 부회장이나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쌍수 엘지전자 부회장 같은 경영인이 현대차그룹에서 뿌리를 내릴 수 없는 이유다. 인사는 특히 예측불허여서 ‘엘리베이터 인사’ 또는 ‘럭비공 인사’로 불릴 정도다. 정 회장은 최근 1년 사이 사장단 인사를 11차례나 단행했다. 이와 달리 이 회장은 전략기획실을 통해 모든 업무를 수행한다. 전략기획실이 그룹의 사령탑 구실을 하며, 이 회장이 해야 할 말까지 준비한다. 또 현대차에 비해 삼성은 여론에 민감한 편이다. 이 회장은 ‘반삼성’ 기류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귀국한 지 사흘 만에 ‘8천억원 사회헌납’과 ‘구조본 개혁’이라는 카드를 내놓았다. 최근에는 공식석상에서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며 활동을 재개했다. 치밀한 전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홍대선 권태호 기자 hongds@hani.co.kr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이 8일 새벽 4시55분께 귀국하면서 직원들의 힘으로 취재진을 밀어붙이며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기업문화만큼이나 총수들의 경영 스타일과 성향도 많은 차이가 있다. 현대차의 경우 총수의 절대권한과 카리스마가 특히 강한 곳이다. 이는 ‘왕 회장’(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영향이 크다. 정 회장은 특히 ‘2인자’를 두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삼성의 이학수 부회장이나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쌍수 엘지전자 부회장 같은 경영인이 현대차그룹에서 뿌리를 내릴 수 없는 이유다. 인사는 특히 예측불허여서 ‘엘리베이터 인사’ 또는 ‘럭비공 인사’로 불릴 정도다. 정 회장은 최근 1년 사이 사장단 인사를 11차례나 단행했다. 이와 달리 이 회장은 전략기획실을 통해 모든 업무를 수행한다. 전략기획실이 그룹의 사령탑 구실을 하며, 이 회장이 해야 할 말까지 준비한다. 또 현대차에 비해 삼성은 여론에 민감한 편이다. 이 회장은 ‘반삼성’ 기류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귀국한 지 사흘 만에 ‘8천억원 사회헌납’과 ‘구조본 개혁’이라는 카드를 내놓았다. 최근에는 공식석상에서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며 활동을 재개했다. 치밀한 전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홍대선 권태호 기자 hongd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