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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외환은행 매각때 이사들은 ‘바지저고리’?

등록 2006-04-17 19:03

경영진들 ‘거짓보고’에 휘둘리고
‘헐값 매각’ 견해는 무시당하고

부끄러운 기업 이사회·사외이사

“외환은행만 2분기 실적이 1분기보다 더 향상됐습니다…(앞으로) 이자부담이 줄고 구조조정으로 경영상태가 더 호전될 것이며…”

지난 2003년 7월21일 론스타에 대한 외환은행 매각이 공식 발표되기 하루전에 열린 제13차 외환은행 이사회에서 이강원 당시 은행장이 참석한 이사들에게 보고한 내용이다. 이 행장은 이날 12명의 이사들에게 은행의 경영상태가 갈수록 좋아졌으며, 심지어 이때문에 “직원들의 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제안까지 내놨다. 이날 보고된 ‘2003년 경영계획 수정안’에서는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연말 수정치를 애초 10.3%에서 10%로 낮췄지만, 여전히 건실한 수준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그가 불과 일주일 전 비밀리에 열린 ‘10인 회의’에서 보고한 내용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이 행장은 재정경제부가 소집하고 금융감독위원회 등 정부 관료들이 참석한 이날 비밀회의에서 외환은행의 연말 비아이에스비율 추정치를 5%대로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이 행장이 이사회에서 ‘거짓말’을 한 셈이다.

<한겨레>가 최근 입수한 지난 2003년 7~10월까지 외환은행 이사회 의사록을 보면, 이 행장과 이달용 부행장·전용준 경영전략부장 등 매각을 추진했던 경영진이 참석한 이사들에게 어떤 거짓말을 했는지, 어떤 사실을 감추면서 이사들의 반대를 무마시켰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이 행장은 이미 비밀회의에서 론스타의 자본참여가 단순한 ‘외자유치’가 아니라 ‘경영권을 포함한 매각’임이 결정났는데도, 13차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들에게 “여러 곳과 경쟁관계를 유지하며 협상을 진행중인데…기본방향은 외자유치”라고 주장했다.

또 일주일 뒤 열린 14차 이사회에서도 “다시한번 강조하는데 매각이 아니라 외자유치”라고 속였다. 이에 대해 참석한 이사들은 “신문에 보도되는 론스타 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냐”“우리의 관심사는 외자유치냐 아니면 경영권을 넘기느냐 하는 것”이라는 ‘때늦은’ 질문을 내놓기도 했다. 은행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서 참석한 이사들이 은행의 미래가 걸린 ‘매각’이 진행 중이었는데도, 관련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거나 경영진으로부터 거짓 정보를 보고받은 것이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공개된 뒤인 같은해 8월27일 열린 제16차 이사회에서는 한 이사가 “(매각가격에) 브랜드가치와 경영권 프리미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매각 법률자문사인 모건스탠리의 한 인사가 나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견을 무마시켰다. 결국 ‘헐값 매각’에 대한 이사진의 견해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채 매각가격이 이사회를 통과했다.


론스타의 새 이사회가 꾸려지기 직전 열린 마지막 외환은행 이사회(10월27일 20차)에서는 한 이사가 “실제 소유주가 누군지도 모르고 판다는 것에 (이사회 입장으로서는) 두려움이 있다”고 론스타의 투자구조에 의문을 제기하자 이강원 행장은 “투자자가 어떻게 구성되었는가는 그쪽의 문제”라며 이를 무시했다. 전용준 부장은 “론스타펀드의 정확한 구조는 잘 모르겠다”고 회피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기업의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에서 거짓 정보를 보고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는 당시 경영진의 명백한 배임행위로 볼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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