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하나-농협 3파전 압축속 외국계도 군침
인수자금 4조 추정…자금력·정부 속내가 변수
인수자금 4조 추정…자금력·정부 속내가 변수
‘1천만명의 회원정보, 누구 품에 안기나?’ 지난 19일 엘지카드 인수의향서 접수 마감을 시작으로 엘지카드 매각 작업이 본격화됐다. 엘지카드는 최근 실질회원 1천만명을 넘어서는 등 2003년 ‘카드대란’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카드업계의 대규모 지각변동이 불가피하다. 외환은행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는 국민은행이 외환카드까지 합친다면, 엘지카드 인수자와 함께 업계 수위 자리를 겨룰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선 예상대로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농협 등 3곳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외국계에서는 에스시(SC)제일은행과 영국계 바클레이스은행, 에이치에스비시(HSBC)은행이 인수의향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시제일은행은 카드사업까지 갖춘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고, 다른 외국계 역시 엘지카드를 중국 카드시장 공략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외국계가 아닌 국내 업체들이 3파전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외환은행 헐값매각 논란 때문에 아무래도 국민 정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고 털어놨다.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국민 개개인의 소매금융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유력한 인수 후보였던 씨티그룹 등이 참여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후보 3곳의 당락을 가를 변수는 단연 ‘가격’이다. 3곳 모두 엘지카드 지분을 갖고 있지만 농협(14.59%), 신한지주(7.14%), 하나지주(4.17%) 모두 4조원 가까운 인수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유리한 것으로 평가되는 신한금융은 최근 조흥은행 카드부문 합병으로 업계 4위로 급상승했다. 엘지카드를 인수하게 되면 국민은행을 제치고 부동의 1위가 된다. 하지만 신한지주는 조흥은행 인수에 돈을 많이 써 외부자금을 끌어와야 할 형편이다. 외환은행 인수 실패 뒤 사활을 걸고 있는 하나금융은 자금력에는 여유가 있다. 하지만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하나은행 카드사업 부문과 엘지카드 고객이 중복되지 않아 효과가 크다는 분석도 있지만 기존 카드사업 규모가 작아 과거 엘지카드 수준을 넘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준비 기간도 짧았다. 농협은 ‘토종론’을 등에 업고 공격적으로 인수전에 나서고 있지만 정부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이미 농협에 금융사업과 유통사업의 분리를 요구하고 있다. 에프티에이(FTA) 협상으로 멍든 농민의 눈에 농협의 인수전 참여가 어떻게 비춰질지도 변수다. 산업은행은 오는 6월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9월에는 매각작업을 끝낸다는 계획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