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940원대도 무너져 환란뒤 최저치
국외투자 축소·포기 속출 “바닥이 어디냐”
대기업도 “예상밖 급락”…목표수정 ‘비상’
국외투자 축소·포기 속출 “바닥이 어디냐”
대기업도 “예상밖 급락”…목표수정 ‘비상’
“도대체 어디까지 떨어질 것인가 …!”
시계 수출업체 로만손은 올 들어 매주 화요일에 직원들을 평소보다 일찍 퇴근시키고 있다. 전기료와 식대 등을 한 푼이라도 아껴 환율 급락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의 이상근 자금팀장은 “올해 사업계획을 짤 때 기준환율을 미리 낮춰 잡았는데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환율 하락세가 어디에서 멈출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상황인 까닭이다. 로만손은 가만히 앉아 손실을 볼 수 없어 환율 하락분만큼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만 매출이 줄어들지 않을지 고심하고 있다.
환율이 속절없이 곤두박질치면서 수출 기업들에게 초비상이 걸렸다. 원-달러 환율은 24일 외환시장에서 939.8원으로 마감돼 940원대가 무너지면서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환율 변동에 무방비 상태인 수출 중소기업들은 국제 기름값까지 치솟는 바람에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경한코리아의 이상연 회장은 “중소 부품업체들은 대기업의 납품가 인하 압력까지 겹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나마 환율 하락에 대비해 온 기업들도 급격한 변동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신원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환변동 보험에 가입해 대비해 왔는데 950원선이 무너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윤철민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팀 과장은 “국외 투자를 줄이거나 아예 포기하는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들도 수익성 악화의 수렁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이달 들어 1분기 실적을 잇달아 내놓은 주요 대기업들은 전자·자동차·화학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환율 하락과 고유가, 가격경쟁 격화라는 ‘삼각 파고’에 휩쓸려 휘청거렸다.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은 13조9600억원, 영업이익 1조6100억원으로 전분기에 견줘 매출이 10%, 영업이익은 24%나 줄어들었다. 당기순이익도 27%나 급감했다. 연초부터 지속된 반도체와 엘시디 가격의 하락 영향도 있지만, 큰 폭으로 떨어진 환율이 애초 예상치보다 실적을 더 악화시킨 것으로 회사 쪽은 풀이했다.
주우식 삼성전자 아이아르(IR) 팀장은 “최근 환율흐름은 예상을 벗어난 급격한 변동”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100원 하락하면 연간 이익이 약 2조원 감소한다”고 말했다. 엘지전자도 1분기 영업이익이 1906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0% 가까이 줄었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3분기 만에 다시 1천억원대로 뒷걸음쳤다. 삼성에스디아이와 엘지필립스엘시디의 경우 무려 71%, 84%나 급감하면서 상승 흐름이 꺾였다. 포스코도 2003년 이후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밑으로 추락했다.
연초부터 비상경영에 들어간 대기업들은 원가절감을 앞세워 허리띠를 더 졸라매는 분위기다. 앉은 자리에서 손해를 볼 지경에 이르면서 연초에 세운 경영목표를 조정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석유화학 업체들은 채산성이 악화되자 아예 신규 투자를 전면 중단했다. 무엇보다 수출 기업들이 답답해하는 것은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삼성 계열사의 재무담당 임원은 “환율하락 속도가 너무 빨라 연초에 정한 기준환율을 재점검할 필요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홍대선 임주환 이정훈 기자 hongds@hani.co.kr
홍대선 임주환 이정훈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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