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검찰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해 경제계, 협력업체, 노동자들에 국제축구연맹까지 나서서 선처를 요청했다. 일부 경제지와 보수언론들은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경영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거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대기업의 회장이 구속되면 우리 경제의 대외 이미지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정몽구 회장의 구속이 현대차그룹은 물론 한국 경제에 큰 짐이 될 것처럼 재계와 일부 언론이 요란을 떨던 날, 경제상황을 가장 민감하게 반영한다는 ‘경제의 거울’ 증시는 평화롭기만 했다. 주가는 오히려 사상 최고치인 1452.53을 기록했다. 현대차(-2.99%), 현대모비스(-0.11%), 글로비스(-1.18%) 등 일부 현대차 계열사들의 주가는 약세를 보였지만 기아차(+1.29%)는 오히려 올랐다. 과거 재벌그룹이 검찰조사를 받고 총수가 구속을 당하면 주가가 곤두박질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시장은 이미 기업과 총수를 분리해서 보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많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 회장 구속에 따른 영향은 일시적이고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한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더 중요한 문제는 원화 강세, 일본 자동차업체의 견제 심화, 소형차 판매 부진 등 펀더멘털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정 회장 구속 파문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고, 당분간 시장은 완만한 상승을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이때를 틈타 저가매수에 나서는 게 좋다는 애널리스트들이 많을 정도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