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처지·능력 이해
끊임없이 동기 부여
한국기업 성패 좌우
끊임없이 동기 부여
한국기업 성패 좌우
“한국 스킨십 경영, 폭발적 힘 지녀”
“눈과 귀는 크게 열고, 입은 굳게 닫고 시작해야 합니다.”
다음달 1일부터 지엠그룹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닉 라일리(56) 지엠대우 사장이 8일 전북 무주리조트에서 고별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후임자에게 던진 충고다. 한국 문화와 사람들의 정서를 먼저 철저하게 배우고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닉 사장은 “한국에서는 무엇보다 인간관계가 중요하며, 이는 기업 경영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요소”라고 강조한다. “직원 개개인의 처지와 능력을 잘 이해하고 끊임없이 동기 부여를 해주는 일이 경영자로서 가장 중요한 임무입니다. 개인적 관계로 특혜를 주는 일은 없어야겠지만 깊은 인간관계를 잘 활용하면 폭발적인 힘을 발휘하는 게 한국의 기업문화입니다.”
국내에서 활동한 외국 기업인으로서는 좀 색다른 시각이다. 하지만 그는 남다른 자기만의 철학으로 지엠대우를 이끌어왔고, 또 이런 생각이 실제로 통했다. 닉 사장은 시간만 나면 현장 직원들과 운동을 하고, 일과후 폭탄주를 마시고, 노래방에 가서 밤새 함께 노는 일을 즐겼다. 노조 간부들과도 1주일에 한번꼴로 만나 우정을 다졌다. 그는 “미국식 기업문화에서는 인과관계가 피상적이며 쉽게 변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한국문화가 더 편하게 느껴진다”며 “이런 스킨십으로 서로 신뢰를 구축하면 풀리지 않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엠대우의 빠른 성장의 배경에는 닉 사장의 ‘스킨십 경영’이 큰 힘이 되었다는 게 안팎의 평가이다.
닉 사장은 “지엠대우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은 훌륭한 역량을 갖추고 있지만 글로벌시장으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많은 도전 과제들을 안고 있다”며 “특히 중국과 인도 등의 빠른 추격과 원화강세 추세에 대응하려면 무엇보다 기술개발 투자를 늘려 지적 재산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세계시장에 한국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심어줘야 하는데 기업비리 사건 같은 것은 나쁜 영향을 끼친다”며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강조했다.
기업규제와 관련해, 닉 사장은 “규제의 많고 적음보다 규제의 일관성과 투명성이 필요하다”며 “어떤 규제를 도입하거나 수정하기 전에 충분히 논의하고 기업들이 준비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정부 당국에 충고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