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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참여정부 경제정책 2년 평가와 과제

등록 2005-02-23 18:44수정 2005-02-23 18:44



양극화 ‘골’ 메우고 장기 성장동력 육성을

기업 소득증가율 38%로 개인의 15배·수출 호조
투자·고용 안늘어 내수·중기·서민은 ‘허덕’
부동산투기 억제는 성공…경제허브등 비전을

3년차에 접어드는 참여정부의 올해 경제 성적표는 지난해보다 개선될 조짐이 엿보인다. 꽁꽁 얼었던 내수 소비가 조금씩 살아나고, 수출도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활황세를 보이며, 종합주가지수 1천선 돌파를 앞두고 있다. 강력한 부동산 대책으로 집값은 안정세를 보이고, 물가도 목표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 지난 2년 간 낙제점에 가깝던 성적표에 견주면 괜찮은 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유층과 서민·중산층,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으면서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인 양극화는 해소될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재계의 눈치를 살피는데 바빠, 서민층과는 점점 더 멀어져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경기 회복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우리 경제의 중장기 성장 동력 확충을 위한 체질 개선이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업은 풍요, 가계는 궁핍=지난해 경제성장률은 4.8%로 추정돼, 목표치인 5%에는 못미쳐도 첫해인 2003년의 3.1%보다는 높아졌다. 수출은 지난해 내내 상승세를 이어가 연 평균 31%대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첫해의 19%를 훌쩍 뛰어넘었다. 수출 호조세는 지난해 기업들에게 사상 최대의 실적을 안겨줬다. 지난해 순익을 1조원 이상 기록한 기업만해도 삼성전자와 포스코, 한전 등 10개를 넘었다. 또 국내 100대 기업의 지난해 순이익이 모두 47조원으로, 전년도의 2배에 육박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처럼 대기업들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호황을 향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실업률은 3.5%로 2003년보다 오히려 0.1%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청년실업률은 같은 기간 7.7%에서 7.9%로 0.2%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개인 소득(자영업 포함)은 2.6% 늘어나는 데 그쳐 물가상승률(3.6%)에도 못미쳤지만, 기업 소득은 무려 38.7%나 증가했다. 기업의 호황이 고용이나 가계 소득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내수 침체와 체감경기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저금리 기조는 이자 부담을 줄여 기업 이윤을 증가시켰지만, 가계에는 대출금 증가와 이자 수입의 감소로 이어져 구매력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은 여전히 대기업과 수출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간간이 서민·빈곤층과 중소기업에 대한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수준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종학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경원대 교수)은 “이미 잘나가는 대기업 때문에 경기 회복이 늦어지는 게 아닌데도 정부는 이들의 엄살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다”며 “이제 정부의 경제정책은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 서민·빈곤층과 유망한 중소기업에 집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특히 정부의 정책 실패에 따른 신용불량자 대책과 관련해 “공적자금을 통한 원금 감면 등 정부와 금융회사의 책임에 걸맞는 실질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가계의 구매력이 확대되기 힘들고 결국 내수 회복을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체질 개선에 힘써야 할 때=이런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업 소득의 가계 소득 환원을 위한 설비투자 증대와 일자리 창출이 이뤄져야 한다. 또 대기업의 고용이 줄어드는 현실을 감안하면, 고용 효과가 큰 지식기반 서비스산업과 부품·소재 중소기업의 육성 및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협력 강화 등이 시급하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는 이런 중장기 대책은 ‘종합투자계획’ 등 단기적인 경기 회복 대책에 밀려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상황 파악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이런 사정은 장기 성장동력 산업 육성이나 동북아 경제허브 구축 등 참여정부가 출범 초기 내세운 중장기 비전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마나 다행인 것은 경기 부양을 위한 신용카드나 부동산 대책 같은 인위적인 소비 확대 정책 등을 쓰지 않은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과거 정부에서 경험했듯이 이런 ‘모르핀’식 경기 부양책은 일시적 효과에 비해 후유증과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소장(변호사)은 “참여정부가 지난 2년 동안 경기 부양책의 유혹을 물리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하지만 장기 성장동력 산업 육성을 통해 경제 발전의 그림을 그리는 대신 경기 회복에만 ‘올인’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또 참여정부는 지난 2년 동안 보수·기득권층이 끊임없이 제기하는 ‘성장이냐 분배냐’라는 공허하고 소모적인 논쟁에 휘말려, 하루하루 생활조차 하기 어려운 서민들의 원성을 산 점은 전형적인 아마추어적 대응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비해 참여정부의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은 가장 성공한 정책으로 꼽힌다. 지난 2003년 ‘10·29 부동산 종합대책’으로 시작된 투기 억제 정책은 지난해 말 종합부동산세제의 도입 등 보유세제의 개편·강화로 일단 마무리됐다. 다만 정부의 투기 억제 대책이 최대 5백조원에 이르는 시중 부동자금을 그대로 둔 채 세제만으로 유지되고 있어, 강남 재건축이나 판교 새도시의 투기 재연 조짐에서 알 수 있듯이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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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핵심과제 겉으론 성과
슬금슬금 완화로 뒷걸음질

재벌개혁 성과와 한계

참여정부가 출범 이후 지난 2년 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증권집단소송제 도입과 출자총액제한제도 유지 등 대표적인 시장 개혁 정책들이 올 들어 잇따라 후퇴하면서, 과거 정부에서처럼 또다시 재벌 개혁이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년에 대한 평가=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재벌 개혁을 통해 시장의 공정성과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해 경제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를 위해 상속·증여세 완전 포괄주의와 증권집단소송제, 재벌 금융회사에 대한 계열 분리 청구제 도입,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 유지, 재벌 금융회사의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 금지를 5대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외형상으로만 보면 참여정부는 지난 2년 동안 5대 과제의 대부분을 처리하는 성과를 보였다. 지난해부터 상속·증여세 완전 포괄주의가 도입돼, 편법 상속·증여를 막는 교두보가 마련됐다.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집단소송제도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또 지난해 말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재벌 소유·지배구조 개선과 경제력 집중 완화를 위한 출총제의 기본틀이 유지됐고, 산업-금융자본 분리를 위한 재벌 금융회사의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축소가 이뤄졌다. 재벌 금융회사의 계열 분리 청구제만 장기과제로 넘어갔을 뿐이다.

그러나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개혁적 시민단체들과 학자들이 참여정부의 재벌 개혁에 주는 종합 평가점수는 높지 않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최근 정부의 태도는 ‘정부는 아무 것도 안 할테니 제발 투자 좀 늘려달라’고 재벌에 애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도 “정부가 올 들어 실용주의 노선을 앞세우며 재벌 개혁조차 후퇴했다”고 비난한다. 참여연대는 “재벌 로비에 굴복한 정부·여당은 차라리 재벌 개혁 포기를 선언하라”고 질타한다. 이런 비판은 정부가 최근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고치면서 출총제 적용 기준을 완화하고, 부채비율 100% 미만 재벌에 대한 법 적용을 1년 더 유예한 데서 비롯됐다.

또 재벌 금융회사 의결권 축소도 원칙은 완전 금지였으나, 2008년까지 현행 30%에서 15%로 단계축소하는 것으로 완화됐다. 나아가 과거 분식회계에 대한 집단소송 적용을 2년 동안 유예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앞으로 과제와 전망=이처럼 재벌 개혁이 흔들리게 된 데는 재벌의 저항이 ‘사보타지’에 비유될 정도로 강력한 탓이 크다. 전경련은 2003년 초 ‘사회주의’ 발언으로 노 대통령의 재벌정책에 색깔 공세를 펴다가 혼이 난 뒤 협조 의사를 밝혔으나, 불과 1년도 안돼 개혁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재벌의 태도는 과거 정권에서도 똑같았다는 점에서, 정부 스스로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저버린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전성인 교수는 “정부가 말로는 인위적 경기 부양은 않겠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경기 부양의 조급증에서 못벗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재벌들이 떼를 쓰면 막판에 들어주는 일을 반복함으로써 ‘재벌 로비의 상시화’를 초래했고, 규칙을 준수할 유인도 상실됐다”고 비판했다. 실제 노 대통령은 지난달 말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들어 여당 지도부의 개혁 완화 추진에 제동을 걸었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노무현 정부의 재벌개혁 흐름은 직전 김대중 정부 때와 비슷하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1998년 외환위기 상황에서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초기에 강력한 개혁을 추진했으나, 2000년 이후 경기가 침체되자 출총제 예외 조항 신설과 재벌 금융회사의 의결권 허용 등을 통해 사실상 개혁에 역행했다. 현 정부도 출범 초기 강한 의지를 보였으나,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기업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는 재벌과 보수 관료의 주장에 흔들리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에는 재벌의 공세를 방어하는 데 급급할 공산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집단소송제와 재벌 금융회사의 의결권 축소의 경우 오는 2007년 대통령선거 전후로 또 다시 법 개정 시비에 휘말릴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 나오고 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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