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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SK 경영 “사외이사가 OK할 때까지”

등록 2005-03-01 19:45수정 2005-03-01 19:45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서있는 사람)이 지난해 10월2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이사회에 앞서 사외이사들에게 중국 지주회사 설립의 의미와 베이징 사업 내용 등을 설명하고 있다.  에스케이㈜ 제공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서있는 사람)이 지난해 10월28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이사회에 앞서 사외이사들에게 중국 지주회사 설립의 의미와 베이징 사업 내용 등을 설명하고 있다. 에스케이㈜ 제공

지난달 21일 에스케이㈜의 이사회에서는 외부감사인 교체에 대한 감사위원회의 보고가 있었다. 회사가 분식회계를 했는지 조사하는 외부감사인은 그동안 경영진에서 일방적으로 선정하던 게 관례였다. 하지만 에스케이는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된 감사위에서 후보추천과 심사, 최종 선정에 이르는 전 과정을 주도했다. 지난해 6월 이사회에서는 울산공장 내 2천억원 어치의 기자재 매각건이 의안으로 올라왔다. 기자재를 외국 금융사에 판 뒤 리스로 빌려쓰고, 매각수입으로 회사의 빚을 갚아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사외이사들은 눈속임식 부채비율 낮추기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제동을 걸었다.

에스케이㈜가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위해 ‘이사회 중심 경영’을 선언하고 새 이사회를 구성한지 12일이면 꼭 1년이 된다. 이사회의 사외이사 비중이 50%에서 70%로 높아진 것은 물론, 이사회가 회사의 실질적 의사결정기구로 자리잡는 등 큰 변화가 진행 중이다. 2000년부터 사외이사를 맡아온 한영석 변호사는 “전과 비교하면 지금의 사외이사제도는 진화가 아니라 혁명”이라고 말했다.

1인지배 벗고 ‘이사회 중심’ 1년
사외이사가 70%…전문위 주도
분식 제동걸고 외부감사인 선정
일부 “쇼” 비난에도 개선노력 호평

에스케이의 변신은 지배주주인 최태원 회장이 주도하고 있다. 2003년 에스케이 분식회계 사태 직후 소버린자산운용이 에스케이㈜의 지분 15%를 사들여 경영권을 위협하자, 최 회장은 지배구조 개선을 승부수로 던졌다. 그룹체제도 브랜드와 기업문화를 공유하는 독립기업들의 네크워크로 탈바꿈한다고 선언했다. 그룹 구조조정본부는 해체했다.

이사회 중심 경영에는 독립성과 투명성 확보가 관건이다.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이사회이지만, 한국에서는 말뿐이다. 모든 의사결정권은 오너와 최고경영자에게 독점되어 있다. 이사회는 사실상 거수기나 고무도장에 불과하다. 에스케이 사태의 배경에도 결국은 총수 1인 지배체제라는 재벌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이 깔려있다.

에스케이는 독립적인 사외이사 선임을 위해 주주들에게 공개추천을 받고 있다. 후보검증도 외부인으로 구성된 사외이사추천자문단에서 맡는다. 이사회 운영에서는 더 큰 변화가 진행 중이다. 이사회 밑에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별도로 투명경영, 전략 등 4개 전문위원회를 두었다. 전문위 위원장은 모두 사외이사들이다. 이사회 안건은 전문위에서 미리 걸러져, 이사회에 보고된다. 최태원 회장도 지난해 7차례나 사외이사들과 간담회를 갖고, 회사 경영전략을 설명했다. 한영석 사외이사는 “전에는 위법한 사안이 아니면 그냥 넘어갔지만, 지금은 회사로부터 미리 설명을 듣고 제대로 됐는지 따진다”면서 “잘못된 것이 있으면 야단도 치고 퇴짜를 놓으니까 임직원들도 ‘죽을 지경’인 것 같더라”고 말했다.


사외이사들의 일하는 모습도 ‘뜨내기’식인 다른 회사와는 딴판이다. 사외이사들은 서울 서린동 사옥 25층에 마련된 개인 사무실을 매주 1~3회씩 찾는다. 이들이 지난해 10개월간 이사회 활동에 투입한 시간은 평균 300시간이다. 이사회와 전문위원회 등 지난해 열린 각종 공식모임만 120여차례에 이르러 힘들어서 못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다른 회사의 사외이사도 맡고 있는 한 사외이사는 “투여하는 노력만 비교하면 에스케이가 20배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케이는 이사회 중심 경영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자평한다. 외국 신용평가 기관들이 잇따라 회사의 신용등급을 올리고, 지난해 세전이익도 사상 최대인 2조3천억원을 기록했다.

재계의 관심은 에스케이의 이사회 중심 경영이 새로운 한국식 경영모델로 뿌리내려, ‘포스트 재벌시대’의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에 모아진다. 소버린은 에스케이가 위기를 넘기기 위해 ‘쇼’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사회를 보좌하는 이사회사무국의 남상곤 상무는 “에스케이에서 1인 지배체제는 과거 일이 됐고, 설령 오너가 원하더라도 과거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은 오는 11일 주총이 끝난 뒤 계열사 사장들과 함께 이사회 중심 경영을 전 계열사로 확산하는 문제를 논의한다. 참여연대의 김상조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에스케이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은 긍정적”이라며 “이런 노력이 소버린의 위협이 사라지고 경영권이 안정된 뒤에도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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